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시인들의 관찰력은 남다릅니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곧 주의깊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지요. 사물이나 현상뿐만 아니라 형태가 없는 것까지 볼 줄 아는 눈. 그것이 곧 사람의 마음이고 따뜻한 사랑입니다. 이웃들이 언제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겨울 창가의 양파’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우리 옛날처럼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아이는 혹시 없는지…. 그런 다독임과 배려가 결국 세상을 선하게 바꾸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시인은 우리 모두의 미래인 ‘어린 딸’에게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습니다. 겨울 추위 속에서 따끈한 찐빵 한 개를 선물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QR코드 찍으면 지난 시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