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커슨 "GM, 60년대 中공산당 닮아…변화 거부때 화 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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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기 연속 흑자 이끈 애커슨 GM CEO
플랫폼 통합 비용절감·기술센터 지역별 특화
화재난 볼트車 환불 등 독단적 경영 우려도
플랫폼 통합 비용절감·기술센터 지역별 특화
화재난 볼트車 환불 등 독단적 경영 우려도
이달 초 대니얼 애커슨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63)는 뜻밖의 발표를 했다. 배터리 화재 가능성이 제기된 전기차 볼트를 산 사람이 요구할 경우 차 값 전액을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 미 교통당국의 리콜 결정이 없었는데도 GM이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GM의 볼트 환불 조치는 애커슨 CEO의 단독 결정이었다”며 “이 때문에 다른 이사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커슨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파산보호의 늪에서 헤매던 GM을 7분기 연속 흑자행진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AP통신은 18일 “작년 9월 애커슨이 CEO를 맡은 이후 GM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다”며 “그가 GM을 ‘자동차 왕국 미국’의 자존심 회복의 선두에 세웠다”고 보도했다.
◆해군 대위 출신 CEO
“지금 GM은 1960년대 중국 공산당 같다. 관료주의 타파 없이는 GM의 미래도 없다.”
AP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애커슨이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GM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고 전했다. GM은 지난해 11월 뉴욕증시 재입성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도요타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량 1위의 명예를 되찾았다. 작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올 3분기까지 7분기 동안 안정적으로 순익도 내고 있다. 하지만 애커슨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직원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본사. 디자인과 기술부문 핵심인력 400명이 애커슨 사장과 마주 앉았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장의 연설에 한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몇 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는 거죠.”
애커슨의 표정은 단호했다. “저는 오늘 오전 6시30분에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아들과 통화했습니다. 전 아들에게 12시간 후 사무실로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상 ‘관대한 GM(Generous Motors)’은 없습니다. 다음 질문!”
직원들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는 애커슨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말투에서 묻어나듯 그는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 출신이다. 폭파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대위로 제대한 후 통신회사 MCI와 넥스텔을 거쳐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일했다. 미국 재무부는 자동차와 전혀 관련 없던 그를 2009년 GM 이사진에 파견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최대 주주였던 재무부가 GM 회생의 중책을 맡긴 것이다. 1년여 만에 그는 CEO로 취임해 GM의 대수술에 들어갔다.
◆업계 모르는 게 개혁에 도움
자동차 문외한인 애커슨이 GM 수장에 오르자 당연히 주변에선 말이 많았다. 월스트리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는 해결책을 얻어도 그게 정답인지 분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애커슨은 업계를 잘 모르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초짜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과거엔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그만뒀던 질문,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도 난 물어본다. 차 회사 CEO가 신형 변속기의 후륜 축 비율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대신 주변의 조언에는 귀를 기울였다. 취임 후 그가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루 거스너 전 IBM CEO. 식품회사 나비스코 출신의 거스너는 1993년 도태 직전의 ‘공룡’ IBM 사장을 맡아 미 기업 역사상 가장 극적인 턴어라운드(실적개선)를 이뤄낸 전설적인 경영자다.
애커슨은 “풍부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낙관론자를 중용하라”는 거스너의 충고를 실천에 옮겼다. 현대차의 미국 돌풍을 주도했던 조엘 이와닉을 글로벌마케팅 책임자로 영입하고, 인사 담당이던 메리 바라를 상품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애커슨의 지휘 아래 GM은 플랫폼(차 뼈대) 표준화를 도입, 원가절감에 성공했다. 한국 등 8개 지역의 기술센터를 소형차 트럭 등 부문별로 특화해 지역별 마케팅도 강화했고, 이는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밀어붙이기식’ 비판도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CEO로서 가장 화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직도 변화를 거부하는 문화가 GM에 있다”며 “변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곧 도태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해야지 시장을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뒤에서 방관하지 말고 앞으로 나서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직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다만 그의 공격적인 행보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볼트 환불을 둘러싼 해프닝이 대표적인 사례다. 혁명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애커슨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파산보호의 늪에서 헤매던 GM을 7분기 연속 흑자행진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AP통신은 18일 “작년 9월 애커슨이 CEO를 맡은 이후 GM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다”며 “그가 GM을 ‘자동차 왕국 미국’의 자존심 회복의 선두에 세웠다”고 보도했다.
◆해군 대위 출신 CEO
“지금 GM은 1960년대 중국 공산당 같다. 관료주의 타파 없이는 GM의 미래도 없다.”
AP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애커슨이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GM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고 전했다. GM은 지난해 11월 뉴욕증시 재입성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도요타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량 1위의 명예를 되찾았다. 작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올 3분기까지 7분기 동안 안정적으로 순익도 내고 있다. 하지만 애커슨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직원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본사. 디자인과 기술부문 핵심인력 400명이 애커슨 사장과 마주 앉았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장의 연설에 한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몇 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는 거죠.”
애커슨의 표정은 단호했다. “저는 오늘 오전 6시30분에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아들과 통화했습니다. 전 아들에게 12시간 후 사무실로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상 ‘관대한 GM(Generous Motors)’은 없습니다. 다음 질문!”
직원들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는 애커슨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말투에서 묻어나듯 그는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 출신이다. 폭파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대위로 제대한 후 통신회사 MCI와 넥스텔을 거쳐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일했다. 미국 재무부는 자동차와 전혀 관련 없던 그를 2009년 GM 이사진에 파견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최대 주주였던 재무부가 GM 회생의 중책을 맡긴 것이다. 1년여 만에 그는 CEO로 취임해 GM의 대수술에 들어갔다.
◆업계 모르는 게 개혁에 도움
자동차 문외한인 애커슨이 GM 수장에 오르자 당연히 주변에선 말이 많았다. 월스트리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는 해결책을 얻어도 그게 정답인지 분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애커슨은 업계를 잘 모르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초짜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과거엔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그만뒀던 질문,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도 난 물어본다. 차 회사 CEO가 신형 변속기의 후륜 축 비율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대신 주변의 조언에는 귀를 기울였다. 취임 후 그가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루 거스너 전 IBM CEO. 식품회사 나비스코 출신의 거스너는 1993년 도태 직전의 ‘공룡’ IBM 사장을 맡아 미 기업 역사상 가장 극적인 턴어라운드(실적개선)를 이뤄낸 전설적인 경영자다.
애커슨은 “풍부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낙관론자를 중용하라”는 거스너의 충고를 실천에 옮겼다. 현대차의 미국 돌풍을 주도했던 조엘 이와닉을 글로벌마케팅 책임자로 영입하고, 인사 담당이던 메리 바라를 상품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애커슨의 지휘 아래 GM은 플랫폼(차 뼈대) 표준화를 도입, 원가절감에 성공했다. 한국 등 8개 지역의 기술센터를 소형차 트럭 등 부문별로 특화해 지역별 마케팅도 강화했고, 이는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밀어붙이기식’ 비판도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CEO로서 가장 화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직도 변화를 거부하는 문화가 GM에 있다”며 “변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곧 도태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해야지 시장을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뒤에서 방관하지 말고 앞으로 나서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직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다만 그의 공격적인 행보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볼트 환불을 둘러싼 해프닝이 대표적인 사례다. 혁명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