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집배원, 127년만에 첫 국립묘지 안장
여름 폭우 때 급류에 휩쓸리면서도 우편물을 동료에게 전달하고 순직한 집배원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집배원이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은 1884년 우정총국 개설 이후 127년 만에 처음이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104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 여름 배달 업무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고(故) 차선우 집배원(29·사진)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높이 사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키로 했다고 18일 발표했다.

4년차 집배원인 차씨는 지난 7월27일 오후 용인시 포곡읍 금어리에서 동료 집배원과 함께 우편물을 배달하다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휩쓸렸다. 장대비가 쏟아져 무릎까지 불어난 빗물이 흙탕물로 변하면서 배수관의 위치가 가려진 것을 모르고 걸어가다 배수관에 빠졌다. 원래 차씨의 담당 구역은 기흥구 공세동이지만 포곡읍 담당직원이 장기병가 중이어서 이곳을 대신 맡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배수관에 빨려 들어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들고 있던 우편물 8통을 동료 집배원에게 전달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낸 우편물에는 국내 한 중소기업이 해외 기업과 계약한 국제 서류도 포함돼 있었다.

자신이 맡은 공무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9월 정부로부터 공무원에게 수여되는 옥조근정훈장을 받았고, 충남 천안에 있는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는 그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차씨는 육군 복무 기간 중 자원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다녀왔고, 근무지인 용인우체국에서는 고객만족 리더로 활동하는 등 평소 업무에 솔선수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은 “집배원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은 우정 역사상 처음 이뤄진 의미있는 일”이라며 “어려운 여건에도 국민 가까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해 온 전국 1만7000여 집배원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