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회적기업 첫 수익모델 카페 '이음' 가보니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카페 ‘이음’. 말쑥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네 명의 여성이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어서오세요 ‘이음’입니다. 뭘 드릴까요.” 계산대 앞에 선 직원은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인 킷팔라 씨(28). 서툰 한국말로 주문을 받은 그는 능숙한 솜씨로 아메리카노 커피를 내놓는다. 킷팔라 씨는 “한국에 시집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 카페에서 일도 하고 월급도 받는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며 들떠 있었다.

삼성그룹이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설립한 예비 사회적기업 ‘글로벌투게더음성’을 통해 첫 번째 사업에 나섰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음성지역에 거주하는 676명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보육 상담,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지금까지는 고민 상담, 직업교육 등 비수익사업에 주력하다가 금왕읍에 첫 수익모델인 카페 ‘이음’을 이번에 오픈했다.

‘이음’은 삼성이 새롭게 시도하는 수익형 모델이다. 한국 사회에 적응이 쉽지 않은 이주여성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 카페 직원으로 채용한다. 킷팔라 씨와 몽골 출신 침게 씨, 베트남 출신 부이투항 씨, 투김화 씨 등 4명이 2년간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월급은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힘든 이주여성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인테리어 등 초기비용 1억원을 삼성에서 지원하고, 향후 인건비 등 운영자금은 카페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소진원 글로벌투게더음성 사무국장은 “대도시에 비해 수요는 적지만 내년에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카페 한쪽에 바리스타 교육장 네 곳과 천연비누 등을 만드는 공방을 둬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 음성지역에 두 번째 카페를 오픈할 것”이라며 “현재 이주여성을 포함해 25명인 글로벌투게더음성 직원을 내년에 32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 수익 모델인 ‘이음 카페’ 오픈과 함께 글로벌투게더음성에는 ‘굿 뉴스’가 하나 더 있다. 계약직 직원인 베트남 이주여성 팜더프엉 씨(33)가 대학원생이 된 것이다. 프엉씨는 최근 건국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과정에 합격했다. 건국대가 이 과정을 만든 이후 외국인 합격자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 하노이국민경제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프엉씨는 국내 모기업 주재원이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현지에서 결혼한 뒤 2007년 5월 한국으로 함께 건너왔다. 베트남 명문대를 나왔음에도 한국에서 할 일이 없던 그는 공장 일을 하다가 올해 2월 글로벌투게더음성에 통·번역 계약직으로 들어왔다. 프엉씨가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데는 글로벌투게더음성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영분 건국대 인문사회예술 부총장의 지원이 컸다. 프엉씨는 이 부총장의 도움으로 학비의 45%를 장학금으로 받게 됐다.

삼성은 글로벌투게더음성에 이어 내년에 이주여성이 많은 지자체 두 곳에도 수익형 사회적기업을 세울 방침이다.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카페 이음을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국내 사회적기업의 성공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과 함께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최근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장애인 재활기구 기업인 ‘이지무브’와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생활’ 등을 직접 설립했다. LG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총 80억원을 투자, 예비 사회적기업들에 재정 지원, 판로 개척 등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작년 1월 사회적기업사업단을 구성,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SK는 SK프로보노 자원봉사단을 발족, 80여개 기업 및 단체에 경영전략 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성=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