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노리는 경찰들
경찰 전·현직 수뇌부들이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19대 총선에서 경찰 출신 국회의원을 최대한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경찰조직 내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수사지휘권을 두고 검찰과 격돌했지만 사실상 패하면서 국회 진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한층 두터워졌다.

경찰의 그동안 ‘총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여야를 통틀어 경찰 출신 국회의원은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1명뿐이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도 18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반면 검찰 출신의 국회 입성은 경찰에 비해 많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은 ‘법조당’이라 불릴 정도로 법조인 출신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장 1명(최병국), 검사장 2명(이범관·이한성), 부장검사 출신 4명(권성동·성윤환·이사철·이상권)이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원희룡 전 최고위원 등 평검사 출신도 10여명에 달한다.

경찰대 선두주자인 박종준 경찰청 차장(경찰대 2기)을 필두로 경찰 수뇌부 출신들이 총선 채비를 서두르는 이유다. 박 차장은 지난 14일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출마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내년 1월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서전 ‘박종준이 걸어온 도전의 길, 섬김의 꿈’ 출판기념회를 연다.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경찰대 1기)도 지난달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서전 ‘첫번째 펭귄은 어디로 갔을까’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윤 전 청장은 초고속 승진으로 ‘경찰대 출신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오사카 총영사를 역임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지난 10일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김 전 청장은 경찰청장에 내정됐지만 ‘용산 참사’ 후폭풍으로 자진 사퇴한 인물이다.

참여정부 때 경찰청장을 역임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도 지난달 14일 자서전 ‘허준영의 레일스토리, 바르고 부드럽게’를 출판했다. 허 사장은 서울 강남이나 고향인 대구 지역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10만 경찰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수사권 조정에서 애로가 많았다”며 “사실 현재로선 검찰 출신 국회의원을 상대로 어떻게 수사권 조정 협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