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전문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IMK)는 올해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는 지배구조상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 누려왔던 ‘삼성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끈 떨어진 연’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삼성 매각 발표 전 2만5000원까지 올랐던 주식도 1만7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삼성의 굴레에서 벗어난 IMK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 지난 8일 인터파크와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는 IMK 투자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탈(脫) 삼성, 왜 기회인가

'삼성 굴레' 벗어나 공격 영업 기대
IMK는 기업 활동을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하는 데 필요한 소모성 자재 구매를 대행하는 업체다. 삼성그룹 계열사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이런 지배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IMK 이윤이 커지면 삼성그룹 계열사 이익이 줄어든다. IMK가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인센티브가 없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침범한다는 정치적 공세도 사업 확장의 부담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지배구조상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끊기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국내 경쟁사인 서브원과 비교하면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서브원은 LG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다. 서브원 매출은 2006년 1조3212억원에서 2010년 3조8477억원으로 4년간 연평균 31%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연평균 30% 이상 급증했다. 반면 IMK의 매출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1조원 내외를 유지하다 2010년 들어 1조5492억원으로 늘었다.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2%로 서브원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경기 SK증권 연구원은 “IMK가 그동안 삼성그룹에 적극적으로 원부자재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IMK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에 따르면 2010년 IMK의 원부자재 매출 비중은 8.8%에 불과하다.

◆삼성 ‘끈’ 안 떨어졌다

삼성의 IMK 매각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대외 명분이 배경이 됐다.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주판알’을 튕기면서 IMK의 수익구조에 충분한 안전판을 만들어놨을 것이란 얘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IMK의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인터파크에 IMK를 매각하면서 향후 5년간 총 9조9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보장했다. 내년은 1조7000억원이며,2013년은 2조원,2014년 이후에는 연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연평균 9%씩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은 9개 계열사 보유 지분 58.7% 중 48.7%를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넘기면서 10% 지분을 그대로 보유했다. 매출 보장을 위한 일종의 안전벨트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 측이 최소 연 9%의 기업 성장을 보장한 셈”이라며 “특히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기준 IMK의 해외 매출은 2280억원으로 전체 1조5500억원의 14.7%에 불과하다.

IMK에 대한 기업가치는 인수·합병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높은 관심에서도 입증된다. 강동화 인터파크 전무(CFO)는 “6~7개 FI들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왔다”고 귀띔했다. 1000억원 투자를 결정한 우리PE의 이승주 사장은 “국내 유통그룹들이 대형화되면서 기업 가치가 크게 뛰어오른 전례와 유사한 모습이 IMK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