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은의 장밋빛 내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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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지난 16일 한국은행 본관. 김중수 한은 총재는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정례 모임에서 “내년에는 경제 성장에서 내수 기여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내수가 중요하니 생각만큼 (경영 사정이) 나쁘진 않겠다”고도 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갸우뚱했다. 한은이 내수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국계 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백화점 매출이 33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고 자동차 내수판매는 10, 11월 두 달 연속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수가 좋아진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내년에는 소비 둔화가 최대 걱정”이라며 “소득 하위계층뿐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적으로는 믿지 않고 있지만 정부와 한은 전망이 맞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에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수마저 가라앉으면 국민들의 생활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내년 내수경기를 둘러싼 논쟁 구도는 공교롭게도 ‘정부 vs 민간’으로 갈라졌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그리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낙관적이다. 내년 민간소비가 3.1~3.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다 내년에 물가가 안정돼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데다 명목임금 상승률도 더 높아질 것이란 근거에서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대다수 민간 연구소는 부정적이다. 민간소비가 2.5~2.7%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SC) 노무라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그룹들도 내수 경기 회복에 회의적이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정부와 한은이 틀릴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임금이 오르거나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선 정부와 한은이 내년 선거나 금리 정상화를 의식해 일부러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갸우뚱했다. 한은이 내수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국계 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백화점 매출이 33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고 자동차 내수판매는 10, 11월 두 달 연속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수가 좋아진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내년에는 소비 둔화가 최대 걱정”이라며 “소득 하위계층뿐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적으로는 믿지 않고 있지만 정부와 한은 전망이 맞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에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수마저 가라앉으면 국민들의 생활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내년 내수경기를 둘러싼 논쟁 구도는 공교롭게도 ‘정부 vs 민간’으로 갈라졌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그리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낙관적이다. 내년 민간소비가 3.1~3.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다 내년에 물가가 안정돼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데다 명목임금 상승률도 더 높아질 것이란 근거에서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대다수 민간 연구소는 부정적이다. 민간소비가 2.5~2.7%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SC) 노무라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그룹들도 내수 경기 회복에 회의적이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정부와 한은이 틀릴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임금이 오르거나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선 정부와 한은이 내년 선거나 금리 정상화를 의식해 일부러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