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상황에 따라 총 24만t의 대북 영양지원을 하기로 북한과 잠정 합의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수일 내에 우라늄 농축활동(UEP) 중단을 공식 발표하는 등 비핵화 사전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인 ‘대화와 협상’ 기류에 접어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버트 킹 미 대북인권특사와 리근 북한 미국 국장은 지난 15~16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대북 식량지원 협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양측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중단 등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을 전제로 대북 영양지원 규모와 방법 등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안다”며 “총 24만을 매달 나눠 지급하는 형식이 될 것이며 북한은 한층 강화된 모니터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북 지원 품목은 쌀, 밀가루 등의 곡물이 아닌 영양 보충용 비스킷과 비타민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영양 부족이 심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 사전조치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UEP 중단과 함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실험 중단, 2009년 추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재입국 등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북·미 간에 6자회담 재개 조건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양측은 오는 22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차 고위급대화를 열고 비핵화 사전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차대화는 6자회담 재개를 공식화하는 ‘확인절차’ 성격의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자회담이 본격적인 재개국면에 접어들면서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경색국면을 거듭해온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가 ‘방법론적 유연성’을 통해 북한과의 접점을 모색해온 상황에서 이번 흐름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