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신간 서적에 서문을 실으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다진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의 거두인 장 전 주석은 잊혀질 만하면 직접 책을 발간하거나 다른 이가 쓴 책에 서평을 싣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는 18일 “장 전 주석이 중국 세계지식출판사가 최근 펴낸 ‘지도자 외교 외국어 총서’의 서문을 썼다”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은 서문에서 “세계에 중화문명과 중화인민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국어를 힘써 배워야 한다” 며 “특히 지도자, 간부들이 외국어로 직접 교류에 나선다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중국 외교부가 당 지도자들의 외국어 공부를 위해 편찬한 교재다. 지도자들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 중국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내용을 소개할 수 있게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9개국 언어로 출판됐다.

장 전 주석이 책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대중에 알리게 된 것은 최근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그의 건강 이상설과 무관치 않다. 앞서 지난 7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사이트 보쉰(博訊)닷컴은 장 전 주석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급히 사태 해명에 나섰고 결국 낭설로 확인됐지만 장 전 주석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그의 건강 이상설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장 전 주석은 지난 10월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베이징 시의 기초 인민대표를 뽑는 선거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위탁 투표를 해 일각에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또다시 제기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