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여성 '오춘기'…에스트로겐 등 보충해주는 '호르몬 요법' 권장
여성의 ‘오춘기’, 폐경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한국 여성은 평균 49.3세, 미국 여성은 51세에 폐경을 맞는다. 폐경을 기점으로 여성의 몸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매달 배란이라는 임무를 수행하던 난소가 기력이 쇠해지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갱년기 장애’다.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가 폐경 초기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마지막 생리가 끝난뒤 첫 2년간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가 서서히 호전되는데, 대개 하루 3~4번이 보통이나 경우에 따라선 10회 이상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밖의 초기 증상으로는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우울증, 도한(수면 중 나오는 식은땀) 등이 있다. 중기에는 질 건조 및 위축으로 인한 성교통이나 빈뇨·요실금·방광염 등이 생기다가 후기로 갈수록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 치매 등이 동반된다.

최훈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이 되면 몸도 불편하고 감정적으로 불안해지면서 우울증에 빠져드는데, 가족들이 이런 증상에 대해 몰라준다는 사실이 폐경을 맞는 여성의 고통을 더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폐경, 초기 관리가 중요

폐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여성은 많지 않다. 대한폐경학회 조사에 따르면 50~59세 여성 1201명 중 80%가 “갱년기 증상으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의사와 상담한 적이 있다”는 여성은 37%뿐이었다.

갱년기 치료는 가급적 폐경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월경이 끝나서 조금 예민해지는 시기라고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폐경이 되자마자 여성의 몸이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피부탄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콜라겐도 폐경 후 첫 5년 동안 30%가 줄어들고, 뼈도 폐경 후 첫 4~6년에 골소실이 급격히 증가한다.

◆‘호르몬치료’ 증상 완화에 도움

폐경 증상의 완화에는 호르몬요법이 많이 사용된다. 여성호르몬요법은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을 정제나 패치, 크림 등의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보충해 주는 치료법이다. 20여가지의 먹는 약이 환자 상태에 따라 성분과 용량이 맞춤 처방된다. 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행요법이 사용되고, 자궁을 적출한 경우에는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처방한다. 에스트로겐 장기 결핍의 후유증인 골다공증 치료나 동맥경화 예방 효과도 호르몬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한때 여성호르몬요법이 심혈관질환과 유방암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통념을 바로잡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호르몬요법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한 인생] 여성 '오춘기'…에스트로겐 등 보충해주는 '호르몬 요법' 권장
호르몬 치료제의 성분과 효과는 각기 다른데, 그 중 드로스피레논 성분을 함유한 호르몬 치료제는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체내 수분의 과다 축적을 막아주면서 체중 증가를 최소화한다. 또 고혈압이 있는 폐경여성에게 혈압 감소의 효과가 있다.

호르몬요법의 시행 기간은 사람마다 호르몬치료의 득실을 따져본 뒤 이점이 더 많으면 평생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유방암 환자, 간질환, 담낭질환, 혈전성 정맥염이 있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치료를 받으면 안 된다. 과거 유방암에 걸렸던 사람에게도 호르몬요법을 권장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나 호르몬요법에 여전히 거부감이 심한 사람에게는 훼라민Q 등과 같은 식물성분 갱년기 증상 완화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의약품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해 1년 정도 복용하면 된다.

한편 최근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병석·서석교 교수팀은 45~60세 폐경 여성 72명을 대상으로 홍삼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홍삼이 폐경 증상과 심혈관 질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홍삼 섭취 12주가 지나자 폐경 증상이 30~33% 정도 줄었고 총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지질단백질도 각각 20% 감소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최훈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