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뉴타운 처음부터 잘못"…사업 축소되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뉴타운은 주민들의 충분한 의사 반영이나 동의 없이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음으로써 시작된 것으로 처음부터 잘못된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소문청사에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초청해 열린 ‘정책 워크숍’에서 “뉴타운은 우리 사회를 헤집어 놓으면서 주민 간 갈등과 삶의 불안정, 공동체 파괴를 불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검토를 거쳐 내년 초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박 시장의 비판 발언이 나오자 뉴타운 사업 축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워크숍에는 박 시장, 문승국 행정2부시장, 서왕진 정책특보, 김효수 주택본부장, 서채란·변창흠 정책자문위원, 권광중 갈등조정위원 등과 돈의문1·옥수13구역 등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대표 15명이 참석했다.

주민 대표들은 △주민 보유재산에 대한 감정평가 없이 아파트를 일방적으로 분양 △분담금 관리비 등에 대한 사전 미고지 △노후도가 심하지 않은 곳도 일괄적으로 뉴타운 지정 등을 지적하며 지구지정 해제와 사업 중단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누구나 이거(뉴타운) 하면 돈 번다고 하니까 부담액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도장을) 찍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도장을 찍으면 법을 초월해 (처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대답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워크숍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옥수13구역 주민 대표 박양원 씨는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른 15개 구역 주민들이 모이니 의견도 중구난방이었다”며 “박 시장이 중간에 퇴장해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워크숍장 바깥에선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한 북아현1-3·마천2구역, 면목 재건축3지구 등의 주민들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면목 재건축3지구 주민 박모씨는 “불법 투표로 승인된 조합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2000여가구가 넘는 세입자들은 재건축이 추진되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정비사업장은 지난 9월 말 현재 뉴타운 245개, 재개발 521개, 재건축 409개 등 1175개로 422곳이 준공됐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22일 뉴타운 등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초 박 시장의 신년사에서 구체적인 정비사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