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이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19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반도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추가적인 급등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환시 이후 열리는 런던 외환시장의 상황이 1차적인 잣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진우 NH선물 센터장은 "대외 상황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장·단기 악재까지 겹친 셈"이라며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응을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관련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도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냐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재 거래 수준을 놓고 앞으로를 전망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며 "최소한 단기 악재로서 서울 환시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정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1200원선까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전까지 채권시장에서 현·선물 모두 매수 포지션을 쌓아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어느 정도 빠져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시장은 규모도 크고 지금까지 유지했던 매수 포지션도 많아서 자금이 한번 이탈하기 시작하면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과거 어떤 북한 사건과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북핵 실험이나 도발은 2~3일 내에 안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김일성 사망 당시와 외환시장의 상황이 고정환율제에서 자율변동환율제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상황 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단시간 내에 빠르게 진정세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 연구원은 "국내 환시의 주된 자금 공급처가 유럽·미국계이기 때문에 서울 장 마감 이후 런던 시장에서의 급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성 조치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수십원씩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