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요동쳤다.

코스피지수는 63포인트 넘게 폭락해 이달 들어 처음으로 1800선이 붕괴됐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급반등, 1170원대로 뛰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03포인트(3.43%) 떨어진 1776.93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 지난 11월25일 이후 처음으로 1800선 아래서 장을 마감했다.

지난 주말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 이탈리아 재정긴축안 통과 가능성 부각 등 엇갈리는 유럽 소식에 미국 뉴욕 증시가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내림세로 장을 출발했고,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 부담에 낙폭을 2%대로 키웠다. 이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수는 추가로 하락폭을 확대했다. 한때 89.36포인트(4.86%) 폭락, 175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사자'로 돌아선 연기금에 힘입어 기관이 매수 우위로 전환, 개인과 함께 외국인 매물에 맞섰다. 이에 지수는 낙폭을 3%대로 다소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가 김 위원장 사망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다소 완화시켰다.

외국인은 장중 '팔자'로 돌아서 206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기관은 장중 매수 우위로 전환, 102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 최장 순매수 기록을 경신, 급락장 구원투수로 나선 덕이다. 연기금은 28거래일 연속 '사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1414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개인은 165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프로그램 매물 규모도 덩치를 한층 불렸다. 차익거래는 2853억원, 비차익거래는 461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3314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전 업종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의약품, 의료정밀, 기계, 운수창고, 종이목재, 화학, 전기전자 등이 4∼5%대 폭락했다.

동부화재를 제외한 시가총액 100위권 내 전 종목이 하락하는 등 시총 상위 종목들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방산주와 일부 생필품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방산관련주인 휴니드와 퍼스텍이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라면 업체인 삼양식품이 가격제한폭까지 뛰었고, 농심도 2.69% 강세를 탔다.

코스닥지수도 5% 이상 폭락, 47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97포인트(5.35%) 하락한 477.61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소폭 상승세로 장을 출발한 지수는 이내 반락했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더 키웠다. 한때 44.39포인트(8.80%) 폭락, 46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50억원, 10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장 후반 매수 우위로 전환해 11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 정보통신(IT) 하드웨어, IT부품, 통신서비스, 통신장비가 6∼7% 빠져 낙폭이 두드러졌다. 출판·매체복제, 디지털컨텐츠, 소프트웨어, 금속, 제약, 오락문화, 기계·장비 등도 5% 이상 떨어졌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시총 상위 50위권 내에서는 아가방컴퍼니, EG 두 종목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급반등세를 나타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20(1.40%) 뛴 117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오정민·정인지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