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나무가 개관전으로 오는 23일까지 영화감독 겸 미술가 이익태 씨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씨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립영화 ‘아침과 저녁 사이’ ‘빛의 행방’ ‘뛰어라 A’를 연출했고 블랙코미디 영화 ‘병태의 감격시대’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전위해프닝 그룹 ‘제4집단’의 멤버로 활동한 그는 자연에 둘러싸인 소소한 일상과 기호, 물, 빛에서 느껴지는 파동을 형상화해왔다.

‘하늘은 비로 비우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이씨가 전통 한지나 CD케이스, 캔버스에 빛의 아우라를 차지게 묘사한 근작 추상화, 영상물, 퍼포먼스 사진 등 30여점을 내놓았다.

그의 회화 작업은 한지와 물과 캔버스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빛의 아우라를 표현하는 게 특징. 1977년 미국으로 이민간 후 LA폭동을 겪으면서 사회와 인간의 갈등, 물질주의에 몰락해가는 인간의 초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이민의 고통 등을 희화화된 방식으로 표현했다. 짧은 시를 곁들인 하이쿠식 먹그림도 눈길을 끈다.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 나무는 맛과 예술, 주얼리 쇼룸을 겸한 4층 복합 문화공간으로 400년된 향나무가 건물 앞에 서 있고, 입구의 유리벽은 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씨가 그동안 작업한 영화와 퍼포먼스 작업들이 상영되고 있다. (02)745-220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