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욕심 버리고 쇼트게임 승부…최나연, 청야니 못이길 이유 없다"
국내 최고 프로골퍼들의 스윙을 점검해주고 있는 로빈 사임스(31). 그는 미국 LPGA투어 한국선수들의 ‘에이스’ 최나연(23)과 올 시즌 국내 여자프로골프 3관왕에 오른 김하늘(23)의 전담 코치다. 올 시즌 일본투어 상금왕에 등극한 배상문(25)과 한국남자프로골프 대상 수상자인 홍순상(30)도 그에게 스윙을 교정받고 있다. 미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송희(23), 제니퍼 송(22)과 국가대표 출신의 이경훈(20)도 그의 제자다.

사임스는 2006년 우정힐스CC에 들어섰던 ‘데이비드 리드베터 골프아카데미’의 시니어 인스트럭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로리 매킬로이와도 안면이 있다.

“로리와 고향이 같아 그가 열 살 때 연습장에서 같이 연습한 적이 있다. 나이 차이가 있어 로리보다는 그래임 맥도웰과 더 친분이 있다. 몇 년 전 로리가 한국오픈 출전차 우정힐스에 왔을 때 만나기도 했다.”

사임스는 지난해 4월 독립해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 내에 있는 골프연습장 ‘드림골프레인지’에서 ‘RNY 골프인스티튜트’를 열었다. 리드베터 아카데미에서 만난 김영제 미국 클래스A 프로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R은 로빈의 첫 글자이고 Y는 영제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왜 이렇게 유명한 선수들이 당신을 찾느냐”고 물었더니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우정힐스에 골프아카데미를 연 첫 주에 최나연을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고 우정힐스 모기업인 코오롱이 당시 후원했던 김하늘과도 자연스레 연결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좋은 평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는 뭘 가르치는지 궁금했다. 그는 “시즌 도중 선수들을 레슨할 때는 바로 직전 주에 벌어진 상황을 토대로 하지만 동계 훈련은 시즌 중에 드러난 약점이나 단점을 어떻게 고쳐 내년 시즌에 더 나아질 수 있는가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얘기했다. 최나연에 대해서는 “단점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지난 5~6년간 조금씩 천천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이고 퍼팅의 일관성을 향상시켰다. 스윙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신체적으로 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스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등 모든 분야에서 점진적인 개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나연이 청야니를 넘어설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매년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청야니를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청야니의 장타에 대항하기 위해 최나연이 드라이버샷 거리를 늘려야 하느냐고 묻자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청야니는 멀리 치는 반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최나연은 장타로 청야니를 이기려 하지 말고 다른 영역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게임을 해야지 다른 사람의 게임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 청야니가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를 친다면 최나연은 보기 없이 4언더파를 치면 된다”고 답했다.

김하늘이 올 시즌 맹활약한 이유로는 ‘드라이버샷 개선’과 ‘인내심’을 꼽았다.

“김하늘은 드라이버샷이 좋아져 페어웨이 적중률이 향상됐다. 그리고 좀 더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우승이 없을 때는 보기를 하면 크게 흔들렸으나 이제는 참으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린다. 샷이 안정되고 참을성이 생기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묻자 “어떤 스포츠는 한 가지 기술만 잘하면 되지만 골프는 수백 가지의 스킬이 필요하다. 샷이 좋아도 퍼팅이 안 될 수 있다. 쇼트아이언은 잘 치지만 미들아이언을 못 칠 수 있다. 코스를 가면 18개홀이 모두 다르다. 라이도, 풀도, 그린 스피드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를 찾아내주고 도와주는 것이 코치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연습장이 많다 보니 주로 롱게임에 주력하지만 북아일랜드는 골프장에서 쇼트게임 연습에 시간을 더 보낸다. 연습 환경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 왜 이리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지 다른 나라들이 와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72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