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 인천점을 증축·개장하면서 전 세계 어느 백화점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을 했다. ‘명품의 황제’ 루이비통과 ‘패스트 패션의 최강자’ H&M을 나란히 1층에 들여놓은 것이다.

때문에 신세계 인천점이 문을 열 때부터 유통·패션업계의 관심은 ‘루이비통과 H&M 중 누가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느냐’에 쏠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3조원의 매출을 거둔 H&M의 저력이라면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루이비통(작년 글로벌 매출 9조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였다.

H&M은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0년 세계 10대 브랜드’ 패션 분야에서 루이비통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게다가 H&M은 루이비통(400㎡)보다 5배나 큰 초대형(1980㎡) 매장을 ‘명당’으로 꼽히는 1~3층에 걸쳐 확보한 데다 이례적으로 독립 출입문까지 얻어내는 등 초특급 대우를 받은 터였다.

결과는 루이비통의 압승이었다. 루이비통은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월평균 25억원의 매출을 올려 13억원대에 그친 H&M을 2배 가까이 앞질렀다. 루이비통 매장이 H&M 5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면적당 매출은 9~10배 많이 올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은 신세계 인천점에서 점포당 평균 매출(월 17억원 안팎)을 웃도는 실적을 거둔 반면 H&M은 지난해 서울 명동에 낸 1호점 매출(월 20억~30억원 안팎)에 크게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H&M은 10월 들어선 ‘아웃도어의 지존’으로 불리는 노스페이스에도 밀렸다. 노스페이스 월 매출은 4억~5억원 안팎에서 다운재킷 등 겨울의류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10월과 11월에 15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루비이통의 경우 신세계 인천점이 인천지역 첫 점포이기 때문에 그동안 서울 강남과 영등포 목동 등지로 ‘원정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리면서 좋은 실적을 낸 것”이라며 “반면 한국에 진출한 지 2년이 안 된 H&M은 아직 인천까지 명성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기대 이하의 매출을 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H&M은 인천점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자 6월부터 폐장시간을 오후 10시로 2시간 늦췄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