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4’가 갑자기 폭발하며 불에 타는 사고가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대학생 하모씨(23)는 지난 16일 저녁 8시30분께 강원도 횡성군 스키장으로 가는 셔틀 버스 안에서 아이폰4가 폭발하는 사고를 겪었다. 하씨는 “그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버스를 탄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아이폰4가 뜨거워지면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황한 하씨는 먼저 버스 통로 바닥에 아이폰4를 내려놨다. 몇 초 후 아이폰4는 안에서 연기를 내기 시작했고 탑승한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등 버스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결국 버스가 정차한 뒤 내려서 길에 휴대폰을 던졌다. 하씨는 “5분 넘게 계속 연기가 나기에 물을 부었더니 겨우 연기가 멎었다”며 “너무 당황해서 물을 부었는데 그러다 배터리가 진짜로 폭발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하씨를 만나 직접 문제의 아이폰4(사진)를 살펴봤다. 아이폰4는 뒷면 테두리 부분이 한 변만 제외하고 모두 떨어져나가 있었다. 안에는 배터리가 부풀어 있었으며 온통 검게 타있었다. 설씨는 “아이폰4가 종종 폭발사고가 발생해 ‘아이밤(iBomb)’이라 불리는 걸 알고 있다”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는 아이폰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씨의 경우처럼 아이폰4가 폭발하거나 저절로 인화되는 사고가 최근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IT전문매체 매셔블은 브라질에서 아이라 폴로 몰타라는 이용자가 프랑스에서 구입한 아이폰이 충전 중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달 말에는 호주 항공사 리저널 익스프레스가 운행하는 호주 국내선 여객기에서 탑승객의 아이폰4가 스스로 인화해 붉게 달아오르면서 많은 양의 연기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저널 익스프레스는 당시 사고가 발생한 아이폰4를 수거해 호주교통안전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고에 대해 애플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하씨는 “19일 오전 애프터서비스 센터에 불탄 아이폰4를 가져가서 문의했더니 싱가포르 지사로부터 공식 지침을 받아야만 리퍼(교환) 등 조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그때까지 휴대폰을 쓰지 말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폰 배터리 폭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폰4가 처음이다. 하지만 MP3플레이어 아이팟 시리즈는 그간 폭발 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2009년에는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아이팟 터치‘가 잇따라 폭발하거나 저절로 불이 붙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해 유럽연합(EU)이 직접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