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우려되는 신용카드 대책
금융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신용카드 구조개선 종합대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마케팅을 위해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부여해왔던 포인트 혜택을 줄이고, 1년 동안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도 쉽게 없앨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예정이며,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경영진을 처벌하겠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신용카드의 건전한 사용을 유도하고 가계부채 폭증을 막아보자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가지만,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과도한 포인트 부여를 막겠다고 나선 것만 해도 그렇다.

결국 소비자 혜택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다. 카드대책의 주요 시발점이 가맹점 수수료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와 가맹점 수수료 싸움에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카드사가 포인트를 많이 주면 이에 따라 가맹점들이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고 카드사들은 주장한다.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포인트를 줄이는 만큼 가맹점이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료 카드 결제다. 카드 결제를 하지 않고 현금 결제를 한다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카드 결제가 중단돼도 보험료가 낮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포인트 축소로 인한 소비자 이익 감소가 가격 인하로 연결되지 않고, 가맹점(보험사)과 카드사가 그 이익을 나눠 갖고 있다는 얘기다.

휴면카드를 없애면 과소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것도 사실은 과장된 얘기다. 쓰지 않기 때문에 휴면카드인데 얼마나 과소비가 줄어들 것인가.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도 미흡하다. 연말정산에서 유리하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지 않는 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웬만큼 세무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다.

무엇보다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 사용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신용’의 개념조차 헷갈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냉정한 현실 직시 없이 의욕만 앞서 카드시장이 더 혼란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