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용접 자동화 설비 41國에 수출
“기술위원회에 참석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신영식 서경브레이징(SKB) 대표(51)에게 2006년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해다. 미국용접협회(AWS)가 용접업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브레이징 핸드북(Brazing Handbook)’을 만들기 위해 자문위원으로 신 대표를 초청해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토치(Torch) 브레이징 자동화 기술’을 소개해 기립박수를 받고 2007년 발간된 다섯 번째 정정판에 해당 기술 대표 기업으로 실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1919년 AWS가 설립된 이래 한국 기업이 이 책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그는 “30여명의 용접 전문가들 가운데 동양인은 제가 유일했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첨단화를 이뤄낸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1987년 설립된 서경브레이징은 모재(용접 재료)를 녹이지 않고 금속을 접합하는 특수 용접 ‘브레이징’ 자동화 설비 분야 국내 간판 기업이다. 직원 30명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41개국에 설비를 수출하는 강소기업이다. 설계에서 제작까지 일괄 공정을 갖춘 게 최대 장점으로, 가스로 가열하는 방식의 ‘토치 브레이징’ 자동화 설비가 주력이다. 이 장비는 단순 조작만으로 하루 최대 70만회의 용접이 가능해 작업자 대비 생산성이 100배를 넘는 게 특징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크를 위해 이 회사를 찾을 정도다. 올해 전년 대비 30% 성장한 6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원동력도 이 장비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경쟁력이 R&D 및 장인정신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직원 30명 중 경력 20년 이상이 2명, 10년 이상이 4명으로 전부 합치면 약 100년의 기술이 집약돼 있는 셈입니다. 우리 회사 장비는 ‘기술집약 품목’으로 인증받아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입니다.”

신 대표 자신도 20년 넘게 브레이징 한우물을 판 ‘달인’이다. 금속공학 박사 출신으로 설계에서 해외 영업까지 모두 챙기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미국 대형 바이어에게 공급을 앞두고 있는 7억원 규모의 장비도 현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직접 수주했다. 단일 수주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1월에는 플로리다에 ‘SKB USA’도 설립할 계획이다.

요즘엔 ‘브레이징 전도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용접에서 ‘어렵고 위험하고 깨끗하지 않은’ 3D 업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다. 그는 “기술이 진일보를 거듭하고 있는 데도 마스크를 쓰고 불꽃을 튀기며 땜질하는 게 용접의 전부로 인식되고 있다”며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용접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학생과 주부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내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공동기획: 한경 · 지식경제부 · 한국생산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