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원이었던 클레이턴 로덴 상병(25)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한 달에 2500달러를 벌었다. 수도 카불에서 헬기를 타고 급조폭발물(IED)이나 폭탄 제조 공장을 찾아내는 게 그의 임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에게 얹혀살며 자신의 혈장을 팔아 1주일에 80달러를 번다. 해병 예비부대에서 전역 교육을 받으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지만 돈벌이는 영 시원찮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이 끝나고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 전역자들이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 들어 20~24세 청년 전역자들의 실업률은 평균 30%로 지난해 7월 21%에 비해 대폭 늘었다. 군대 경험이 없는 같은 연령대의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들이 취업난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대학 졸업장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고용주들은 전역자보다 군대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을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전역자들과 민간사회의 이질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고용주와 전역자 모두 서로를 ‘이방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군대 경험이 없는 기업체 간부들은 군 출신들을 언제 나타날지 모를 전쟁 후유증 때문에 기피한다. 경우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고 재입대할 가능성도 이들을 꺼리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기업들에 군 출신들의 적극적인 채용을 권유하면서 기업들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버라이즌 등 대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020년까지 10만명의 전역자를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2만명의 참전 용사들이 여전히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5년간 100만명이 추가로 제대할 것으로 예상돼 취업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