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깨지는 캐머런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 중 재정통합안에 홀로 반대 입장을 밝혔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가 잇단 ‘내우외환’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대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국 구제를 위해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출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EU가 영국에 259억파운드(309억유로) 출자를 공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입장이 난처해졌다. 대내적으로는 세금 우대를 통해 혼인율을 높이겠다는 정책에 대해 보수연정 내 잡음이 불거지면서 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EU가 재정위기국 지원을 위해 영국에 259억파운드의 자금을 요청해왔다”고 보도했다.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IMF와 양자 대출 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EU는 IMF에 1500억유로를 출연키로 하고 영국 등 비유로존 국가들도 500억유로가량을 분담해주길 바라고 있다. EU 관계자는 “유럽 내에서 IMF 지분이 독일 다음으로 많은 영국이 그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며 자금출자 요청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안팎으로 깨지는 캐머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내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그동안 “IMF에 추가 출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EU와 IMF 지원 협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글러스 카스웰 영국 보수당 의원은 “강력한 긴축안을 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자금을 출자할 경우 영국 경제가 쪼그라들거나 마비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도 “1년 안에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거액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가세했다.

설상가상으로 집권 우파연정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이 홀로 재정통합에 가세하지 않은 것을 두고 “영국의 고립만 가져왔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닉 클레그 부총리(자유민주당 당수)와는 기혼 커플에 대한 세금 혜택 부여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