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파 vs 멕시코파…중남미 경제블록 대결
칠레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등 중남미 4개국 경제협력기구인 태평양협정이 남미 최대 경제공동체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대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태평양협정 견제를 위해 회원국 늘리기에 나섰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데상파울루는 태평양협정이 메르코수르에 대항할 수 있는 경제협력기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18일 보도했다.

태평양협정은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의 주도로 올 4월 등장했다. 협정에 따르면 가입국 간에는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만 메르코수르와는 달리 사회 통합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태평양협정에 가입한 4개국은 총인구 2억456만명에 국내총생산(GDP)은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가입국들의 총수출 규모는 4430억달러로 그동안 남미 양대 경제블록으로 평가받아온 메르코수르나 안데스공동체와 유사한 수준이다.

태평양협정의 설립 목적은 브라질에 대한 견제다. 멕시코는 태평양협정이 남미로의 제품 수출 확대와 중국 자본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태평양협정 4개국 간의 교역액은 60억달러고 올해는 9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가입국들과 브라질의 지난해 교역액은 220억달러에 달한다. 태평양협정 4개국 간 교역량이 증가하면 브라질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 4월 협정 체결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일자리와 투자, 약 9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며 “중남미에서 브라질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아시아 시장 접근을 위한 공동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코수르도 회원국 확보에 나서며 반격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정회원국이다. 베네수엘라는 가입 절차를 밟고 있고 에콰도르와 볼리비아는 가입 의사를 밝혔다. 메르코수르 정회원 4개국은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1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를 통해 신규 회원국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코수르가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이유는 베네수엘라를 우선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와 함께 안데스공동체 회원국이었으나 콜롬비아와 페루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자 안데스공동체를 탈퇴, 메르코수르 가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보수우파가 장악한 파라과이 상원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반미 성향과 반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문제삼으며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두 경제협력기구 간 힘 겨루기가 시작됐지만 태평양협정이 메르코수르에 맞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경제력 격차가 크다. 태평양협정 가입국들의 총인구와 GDP 합계는 브라질과 비슷한 정도다. 브라질 인구는 약 2억명이다. GDP는 2조235억달러로 태평양협정 4개국 합계에 근접한다.

내부 결속력도 의문이다. 최근 페루는 중도좌파 성향의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가르시아 대통령 시절 페루와 브라질의 관계는 소원했지만 우말라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자신의 멘토로 삼을 정도로 브라질에 우호적이다. 에스타두데상파울루는 “태평양협정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브라질에 비해 약하다”며 “태평양협정이 남미 지역의 경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