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야전열차서 심장 쇼크…하루만에 부검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원인은 ‘중증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쇼크 합병’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일 동지의 질병과 서거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겹쌓인 정신적 육체적 과로로 지난 17일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며 “발병 즉시 모든 구급치료 대책을 세웠으나 17일 오전 8시30분에 서거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18일 진행된 병리해부 검사에서 질병의 진단이 완전히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중증급성 심근경색이란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서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혈압이 급격히 낮아지고 쇼크가 발생하게 된다.

당시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혈관확장제를 투여하거나 긴급 심혈관 확장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경우 워낙 심근경색이 빠르게 진행돼 이런 조치를 취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견해다. 또 영하 12도까지 내려간 한파가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여러 추측을 무마하기 위해 사망 하루 만에 긴급히 부검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리가 처음 나온 것은 2008년 9월 초다. 같은 해 8월 중순 군부대 시찰을 마지막으로 공개활동을 하지 않던 김 위원장은 9월9일 북한 내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와병설이 증폭됐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이지만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외국 의료진에 수술을 받았고 언어에는 전혀 장애가 없으며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수술은 혈관 확장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운동을 싫어하고 술·담배를 일찍부터 즐겨온 김 위원장은 혈관에 지방이 쌓여왔고 그 결과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왔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사망원인도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부인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다가 은둔 80일 만인 11월2일 김 위원장이 북한군 내 만경봉팀과 제비팀 간의 축구경기를 관전한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왼팔과 왼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돼 뇌졸중 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2009년 1월 초 김 위원장은 삼남 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다는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하달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인민복 점퍼가 작아보일 정도로 배가 나오고 왼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도 포착돼 건강이 다시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간간이 군 부대 시찰 등 외부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건강이상설은 다시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지난 17일 뇌졸중 후유증에 과로가 겹쳐 사망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사망 후 공식발표까지 이틀이나 걸린 점 등을 들어 권력암투 과정에서 타살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않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