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는 시계 제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북한 내부 체제 정비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당분간 동북아 정세의 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돼 온 모든 이슈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블랙홀’ 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최근 급물살을 타던 6자회담 재개 흐름은 전면 스톱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번 주 내에 북한에 대한 상당한 식량 지원을 발표하고 북한도 이후 수일 내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잠정 중단(suspend)하겠다는 사실을 공표할 예정이었다.

또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실험 중단, 2009년 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북한 재입국 등에도 합의했다. 양국은 3차 대화를 곧 열어 6자회담 재개 합의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지만 김정일 사망으로 이 모든 스케줄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며 “향후 김정은 후계 구도를 비롯한 북한의 체제 정비 등 과정을 지켜봐야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 사후의 체제정비 과정에서 군부의 ‘쿠데타’ 등 돌출변수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불가측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북한의 붕괴라는 시나리오도 상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적 대응은 한동안 관망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 안보의 중심무대인 한반도 정세가 유동화됨에 따라 미·중을 중심으로 ‘안정적 관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 내부 상황과 전략적 이해에 따라 서로 입장을 달리하며 치열한 이해각축을 벌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6자회담 재개 문제는 더욱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

지난 9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시도가 있었지만, 이 역시 스톱될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