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향후 국내 정치에 미칠 파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현안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유불리를 점치기에 앞서 내년 총선 대선 과정에서 ‘한반도 리스크’ 관리 적임자에 대한 국민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가 국방위와 정보위를 긴급 소집하기로 하고 여야 각 당이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 같은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 이후 북한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과 추가적인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북한의 대중국 쏠림현상 등의 추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지난 17일 사망 이후 우리 정부가 이틀 동안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한·일 셔틀외교에 나서고 청와대가 일상적 업무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 사망은 내년 4월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안보’ 이슈가 전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도 급변 속에 여야 모두 기존의 선거 전략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철수 신드롬’ 여파로 기성 정치 질서가 이미 존립 위기에 처한 가운데 ‘김정일 변수’까지 새롭게 등장하면서 정치권은 선거 전략 마련 및 향후 정국 대응에 있어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 사망 1주년을 맞는 내년 12월17일이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여야 대선 주자들의 안보관과 군 경력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보 이슈가 과거에는 보수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지난해 천안함 사태 이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는 야권 결집 현상을 가져오는 등 과거와는 다른 패턴도 정치권의 고민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안정적 국정 운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급격한 변화에 조심스러운 인식을 갖게 된다”며 “아무래도 보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김욱 배재대 교수는 “북한 체제가 불안해질수록 보수진영이 약간 득을 보는 면이 있지만 전쟁 발발 가능성 등 위기가 고조되면 오히려 젊은층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