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던 외국인 "일단 지켜보자"…매도세 진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정일 사망…외국인 움직임
선물 6850억 매도하다 속보뜬 후 4000억 매수
삼성테크윈 등 급등한 일부 종목은 차익실현
선물 6850억 매도하다 속보뜬 후 4000억 매수
삼성테크윈 등 급등한 일부 종목은 차익실현
외국인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패닉셀링(공포매도)’은 없었다.
1994년 김일성 사망을 비롯해 잦은 북한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험한 학습효과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권 승계 과정에서 언제든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어 단기적인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스피지수는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낮 12시5분 1750.60으로 4.86%(89.36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낙폭을 다소 만회하면서 3.43%(63.03포인트) 떨어진 1776.93으로 마감했다. 선물시장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사망 소식 직후 급락세 진정
외국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낮 12시부터 5분 동안 순매도 규모를 500억원 가까이 확대하는 등 높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오후 2시31분을 정점(-2678억원)으로 다시 매수에 나서면서 순매도 규모를 2409억원까지 축소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급락하던 주가가 다시 빠르게 낙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며 “과거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도 주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 놓고 보면 패닉 없이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1994년 7월8일 김일성 사망 이후 첫 거래일인 11일 장중 2% 넘게 급락했으나 결국 0.8%로 낙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국내 증권사 해외주식영업 담당자는 “외국계에서 팔자는 주문이 나오기보다는 헤지펀드 쪽에서 사자 주문을 취소하는 사례가 좀 있었다”며 “삼성테크윈 같이 일시적 재료에 급등한 종목에 한해서만 일부 팔자 주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은 장중 13% 넘게 급등하다가 0.19% 약세로 마감했다.
◆단기적으로는 악재 불가피
외국인이 이날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분간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해 한국 증시에 부정적 관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BoA메릴린치 관계자는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외국인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세력 기반이 견고하지 못한 점도 단기적으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북한 경기가 지금처럼 악화된 상황이 아니었고, 정보에 대한 주식시장의 민감도도 덜했기 때문에 향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이머징마켓 주식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도 외국인 매도 전망의 근거로 들었다.
시차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오늘은 패닉셀링이 아니었지만 해외에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두고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시장은 침착
선물시장은 비교적 침착한 모습이었다. 코스피200선물시장 외국인은 장중 한때 6850억원 넘게 순매도하다 매수를 서서히 늘렸고 마감 당시에는 2800억원 순매도에 그쳤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 이후 오히려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오전 내내 선물을 팔던 외국인이 생각보다 시장이 급격히 빠지자 순매수로 돌아섰다”며 “충분히 빠졌다는 인식 아래 지수 상승에 베팅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악재를 여러번 거치면서 외국인 역시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물지수는 70% 이상 낙폭을 회복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1차 충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풋옵션을 이달 들어 가장 많이 매수했지만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도 순매수하는 등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태호/김유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