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쇼트 전략만…"수익 낼 운동장이 없다"
오는 23일 운용을 개시할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 롱쇼트(고평가 주식 공매도·저평가 주식 매수) 전략 일색이다. 주식 채권 선물 통화 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모든 전략을 구사하는 글로벌 헤지펀드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한국형 롱쇼트펀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첫술에 배부르기는 힘들지만 투자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롱쇼트펀드

현재 등록 신청을 낸 한국형 헤지펀드들의 상품명에는 ‘미래에셋 이지스 롱숏’ ‘한국투자 펀드멘털 롱숏’과 같이 대부분 ‘롱숏’이란 말이 들어 있다.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을 표시한 말이다. 종목의 전망에 따라 하나의 주식을 사는 동시에 다른 주식을 매도(공매도)하는 전략이다.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은 크게 △주식 롱쇼트 △이벤트드리븐 △상대가치 △매크로 등으로 구분된다. 헤지펀드 정보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2010년 말 기준) 중 주식 롱쇼트 전략 비중이 29.76%로 가장 높으며 이벤트드리븐(25.94%) 매크로(24.44%) 상대가치(19.86%) 전략 순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범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중 롱쇼트 이외의 전략을 내세운 건 ‘미래에셋맵스 스마트Q 토탈리턴’(채권차익거래)이 유일하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롱쇼트가 헤지펀드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아시아지역 헤지펀드 내 주식 롱쇼트 전략 비중도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서정두 한국운용 AI(대안투자) 본부장은 “다양한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대신 글로벌 재간접펀드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전략 다변화 나서야

초기 헤지펀드시장이 천편일률적으로 롱쇼트 위주인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서 본부장은 “한국은 헤지펀드가 놀 운동장이 주식시장과 코스피200선물밖에 없다”며 “채권시장 규모를 볼 때 다양한 채권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식 롱쇼트 전략을 뒷받침하기에도 파생상품시장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융당국이 다시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개별 주식 선물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물 대비 유동성이 부족해 실제 활용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산에 눈을 돌리기에도 걸림돌이 만만찮다. 외환거래는 외환거래법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해외 주가지수선물이나 채권 상품 통화 등 다양한 선물에 시스템을 통해 투자하는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전략을 쓰기에도 리서치와 시스템 설계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모든 헤지펀드가 롱쇼트만 하면 수익을 낼 기회는 점차 줄어들어 다른 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며 “운용사들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스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창의력을 지닌 잠재적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있지만 높은 진입 규제로 인해 설립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초기 헤지펀드가 시장에 안착한 이후에는 과감히 규제를 풀어나갈 방침”이라며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진입 요건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