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고의 우방인 중국에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미리 알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중국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매우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할 경우 중국 동북지방의 안정은 물론 한·중,미·중 관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료들은 물론 학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다. 한때 웨이보 등 인터넷에서도 ‘김정일’ 이란 검색어가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중국 정부가 이미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소식통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김 위원장 사후 사태에 대해 충분한 분석을 해왔기 때문에 기존 입장대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기본 입장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보유 문제에 대해 반대해왔고 동시에 북한을 압박하는 한국과 미국의 조치에도 거부감을 보여왔다. 북한의 핵철회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건없는 6자회담을 주장해 온 것도 중국의 이런 입장을 반영한다.

따라서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 정권이 조속히 안정되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정은 세습체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승인한 적은 없다. 그러나 김정은을 동행한 김정일 방중을 수용했고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부주석도 김정은을 만났다는 게 정설이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의 외교관들은 김정은 세습체제에 대해 “마땅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며 사실상 암묵적 동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따라서 일단 김정은 체제가 큰 무리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한국은 물론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에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할 전망이다. 자칫 특정 국가의 행위로 한반도에서의 힘의 균형이 기울 경우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 정부가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핵무기는 북한의 체제 유지 수단이 됐다”며 “중국정부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단둥 훈춘 등 접경지대에서 경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 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사태 중의 하나는 북한의 난민들이 대규모로 중국으로 넘어오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