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김경희 '확실한 후견인'…2인자 장성택, 전면 등장 여부 '촉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영도 체제의 출범을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견인 그룹을 중심으로 한 신진권력 인사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측근 중심의 후견인 그룹 부상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은 명실공히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꼽힌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기까지 두 사람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김 위원장의 거의 모든 현지지도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할 정도로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장성택은 행정부장으로 공안업무를 책임질 뿐 아니라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국방정책에도 관여하고 있다.

게다가 나선 및 황금평 특구 개발을 담당하는 북·중공동지도위원회의 북측 위원장으로 외자유치 사업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당대표자회에 앞서 여성으로는 이례적으로 김경희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하며 김정은 후견인으로서의 역할을 맡겼다. 이들은 실질적인 북한 내 권력 2인자로서 김 위원장 사후의 권력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성택이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에만 머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택은 2003년 10월 ‘북한 내 2인자’로 꼽히며 권력가도를 달리던 중 갑자기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로 숙청됐다는 설이 나왔다. 권력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진 지 2년 만인 2005년 말 당 중앙위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뒤 김 위원장을 지근에서 수행하며 또다시 권력 2인자로 올라섰다. 이후 장성택은 눈에 띄게 몸을 낮추고 김정은 후계 체제를 전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단순 후견인에 머물지 않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김정일 사망] 김경희 '확실한 후견인'…2인자 장성택, 전면 등장 여부 '촉각'

◆리영호·김영철 중심으로 군 관리

군부에서는 김영춘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 현철해 국방위원회 국장 등 원로그룹의 지원 아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영호는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올랐다. 이후에도 각종 행사에서 김 위원장과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오극렬, 조명록 등 원로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채운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장성택과는 만경대혁명학원 동문이어서 측근그룹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 위원장 공백에 따라 군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인민무력부 산하에 설치된 정찰총국은 2009년 노동당의 35호실과 작전부가 합병된 조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

◆50~60대 장성택 측근 포진

최룡해 노동당 비서·문경덕·태종수 등 50~60대 ‘신진 일꾼’의 행보도 주목된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경제 실무를 담당해온 인물로, 향후 북한 내 새로운 권력지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룡해는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 당 비서국 비서와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고, 인민군 대장에 임명돼 핵심 권력기관인 당 중앙군사위 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아버지 최현의 후광을 업은 인물로 김정은의 군권·당권 장악을 지원해줄 세력으로 꼽힌다. 지난 5월과 8월 김 위원장 방중을 수행했던 김영일 당 국제부장과 대미외교의 실세로 떠오른 리용호 외무성 부상도 외교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