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구마 자급률은 40%에 불과합니다. 수입품이 전체 시장의 60%에 달하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새로운 고구마 산지를 찾아 캄보디아에 왔습니다."

박동호 해남 고구마생산자협회 이사는 지난 15일 캄보디아 농림수산부(MAFF) 농림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지에 온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전라남도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고구마 산지다. 국내 고구마 생산의 12%, 전남 지역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산지인 해남이 고구마를 수입하기 위해 캄보디아까지 날아 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박 이사 등 농민들과 관계자들의 캄보디아 방문 목적이 고구마 수입만은 아니다. 이들은 캄보디아가 '제 2의 해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현지를 찾았다. 캄보디아에 해남 고구마의 종자와 생산 기술을 전파한다는 꿈을 갖고 왔다. 농업 분야에서 교류를 통해 영토 확장에 나선 셈이다.

이번 교류에 도움을 준 곳은 한-아세안센터다. 한-아세안센터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메콩강을 중심으로 농업이 발달된 국가" 라면서 "농업이 국가의 주요 산업인 만큼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이 진출하기에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메콩강의 기적, 한류와 흐른다] ③캄보디아에 해남 고구마 '씨' 뿌린다

◆캄보디아, 고구마 지식 전무…해남 농민들 "기회 찾을 수 있는 땅"

박 이사를 비롯한 해남 농민들은 캄보디아의 고구마 재배 현황을 궁금해했다. 현지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고구마 생산 현황을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메콩강 유역에서 고구마가 재배가 되고 있다는 설명 정도 였다.

캄보디아에선 고구마에 대한 인식이 낮고 재배 현황을 파악할 만큼 관심이 높은 작물이 아닌 듯 했다. 캄보디아 땅을 찾은 해남 농민들에겐 '기회의 땅'인 셈이다. 시장 경쟁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공삼언 캄보디아 농림수산부 농업국장은 "정부 차원에서 농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며 "국유지에서 농산물을 재배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캄보디아 국유지에 농업 투자를 하면 생산장비 수입에 대한 면세 혜택과 수확 제품을 수출할 때 면세 혜택을 준다. 또 농업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장기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발생 수익에 대해 3~5년 간 면세 혜택도 제공한다.

캄보디아 인구(2010년 기준)는 1410만 명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30달러이며, 경제 성장률은 5.9%를 기록했다. 농업은 캄보디아 전체 GDP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수출에도 농업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공 국장은 "아직까지 고구마 관련 투자가 없지만 주정 원료인 카사바는 성공적으로 투자된 사례가 있다" 면서 "태국이나 한국의 사료업체들이 캄보디아에 투자해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인 MH바이오에너지가 캄퐁스프 지역에 8000ha에 달하는 카사바 생산지를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캄보디아 농민 연봉 250달러 수준"…각종 면세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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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무역사절단은 농업국인 캄보디아 농민들의 연간 임금 수준이 250~300달러에 불과하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평균 임금(700~800달러)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가난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무역사절단에 동반한 한 농민은 "해남은 고구마로 특화된 만큼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며 "억대 연봉자도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 사절단에는 40대 초반임에도 매년 억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농민도 있었다.

이런 설명을 들은 공 국장은 한국 농민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호소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농업국이지만 국가 차원의 투자가 거의 없는 상태" 라며 "외국 기술과 자본이 캄보디아의 인적자원 및 토지와 결합된다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서의철 해남군농기술센터 연구개발과장은 "캄보디아에선 고구마 파종에서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이 102일이라고 들었다" 며 "성공적인 재배만 가능하다면 1년에 3모작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서 과장의 설명이다. 1ha당 고구마 생산량이 20t에 달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토양이 양질인 점도 캄보디아의 장점이다.

고구마 무역사절단은 프놈펜 인근 고구마 농장과 캐슈넛 농장을 방문했다. 또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개소한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둘러보고 캄보디아 농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프놈펜=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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