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 “조선 인민들이 김정은 동지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할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의 조전을 북한에 보냈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이처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19일 중국중앙(CC)TV 저녁 종합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 따르면 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등 4개 최고 권력 기관은 공동명의로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에 조전을 발송했다. 중국은 조전을 통해 “우리는 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당·정·군 최고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김정은 영도를 언급, 북한의 후계자로서 김정은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조전은 또 “중국과 조선은 국경을 맞댄 이웃으로서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며 “중국 인민은 영원히 조선 인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 동지여 영원하라”는 말로 조전을 끝맺었다.

류웨이민(劉爲民) 외교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불행한 서거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조선 인민에게도 위로를 보낸다”며 “중국과 조선은 앞으로 전통적인 우의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적극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중국 정부가 이미 긴급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김 위원장 사후 사태에 대해 충분한 분석을 해왔기 때문에 기존 입장대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 입장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보유 문제에 대해 반대해왔고 동시에 북한을 압박하는 한국과 미국의 조치에도 거부감을 보여왔다.

따라서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 정권이 조속히 안정되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정은 세습체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승인한 적은 없다. 그러나 김정은을 동행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했고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부주석도 김정은을 만났다는 게 정설이다.

홍콩 RTHK(香港電台)방송은 중국 정부가 인민해방군 2000여명을 훈춘과 투먼 등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 탈북자들이 대규모로 국경을 넘어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조전을 보내 김정일 사망을 애도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크렘린 웹사이트에 조전을 게시할 것” 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