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및 선물투자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19일 오전 최태원(51) SK그룹 회장을 소환, 20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한 뒤 20일 새벽 돌려보냈다.

전날 오전 9시25분 검찰에 출석해 이날 오전 5시35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최회장은 '오해를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명할 만큼 소명한 것 같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횡령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으며, 취재진이 '추가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오늘은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다소 초췌한 표정으로 검찰 청사를 나왔으나 대기 중인 차량에 오르
며 취재진을 향해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에 투자한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지시를 하거나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최 회장은 검찰에서 "마음만 먹으면 지분을 담보로 500억 원 정도는 쉽게 조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펀드를 통해 자금을 만들라고 지시했겠느냐. 그럴 이유가 전혀 없고 회사 자금에 손을 댈 이유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검찰은 수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베넥스 대표 김준홍 씨(46.구속기소)가 SK그룹 18개 계열사의 베넥스 펀드 투자금 2800억원 중 SK텔레콤 등 계열사 5곳의 출자 예수금 992억 원을 전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중 497억 원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아온 SK해운 고문 출신 김원홍 씨(50)에게 빼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 청구를 포함해 가능한 송환 조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200여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48)이 투자금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날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최 회장의 지시 등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해 추가 소환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한 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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