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한국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입장에서 김정일 사망의 여파를 정확히 프라이싱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과거 북한과 관련한 리스크가 주식시장에 중장기 악재가 되지 못했다는 학습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일단 금융시장은 급락 이후의 되돌림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이번 이슈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평가를 내린 점도 우려감을 완화시키는 요소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북한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 금융시장 입장에서 남북 관계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현상 유지라며 예기치 못한 북한 정권의 붕괴는 그 자체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준비되지 못한 통일은 통일 비용 부담과 관련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를 확립하고 북미 대화가 진전되는 등 한반도의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한국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인데, 일단 김정일 사망으로 인해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주식시장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김정일 후계 체제가 20년 이상 준비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북한 체제 변동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현재보다는 훨씬 적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0년 이상 준비된 지도자로서 김정일이 가지는 위상과 후계자로 부상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김정은이 가지는 위상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향후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8일 영결식 이후 29일까지는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애도기간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북한은 새로운 체제 정비를 준비할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향후 점검할 사항으로 6자 회담 등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 재개 여부와 북한 후계구도를 꼽았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갑작스러운 국제사회와의 대화 단절이나 남한에 대한 도발 등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후계구도가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인 체제 정립 이전까지는 이를 주도할 세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 연구원은 판단했다.

그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후계체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진행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김정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목돼 권력 장악을 진행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젊고 실무경험이 부족하다.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 등의 움직임에 따라 후계체제 정비과정에 불확실성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했다.

한 연구원은 "전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향후 회복과정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지양해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북한의 권력 이양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