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겨울 추위에 동백꽃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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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 서민정책에 주름살 늘어
정치 리더십 실종…양극화 커져
갈등 세월에 묻고 신뢰 쌓았으면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정치 리더십 실종…양극화 커져
갈등 세월에 묻고 신뢰 쌓았으면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
벌써 2011년이 끝나가고 있다. 한 해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고 느끼지만 지겹게 길었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운행법칙은 엄연해서 생각할수록 신비롭고 인간의 주관적인 인식을 늘 뛰어 넘는 것 같다.
지난 한 해는 대한민국의 대부분 국민들에게는 고난의 한 해였을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크게 번지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금융과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효과가 한 해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서민들에게 집중됐다는 것은 자본주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데이터가 나와 봐야 확실한 것을 말할 수 있겠으나 2011년은 대한민국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한 해일 것이다. 대기업, 수출기업에는 대부분 괜찮은 한 해였던 모양이다. 언론에 보도된 연말 상여금 규모가 보통이 아닌 것을 보면 그렇다. 그렇지만 공단의 작은 중소기업 가운데 문 닫는 기업은 얼마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팍팍함이나 억울함은 또 어떤가. 서민이라고 지칭되는 계급이 우리에게는 존재하지만 그들을 위한 정책은 피상적이거나 상투적이고 때로는 립 서비스에 불과한 한 해였다.
2011년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문제가 된 한 해였다. 미국과의 FTA는 우리의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FTA는 근본적으로 양극화를 확대하는 선택이다. 따라서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이나 계층을 위한 보완 정책이 필수적이고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도자들은 정파를 막론하고 정치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여당은 FTA를 관철시켰으니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야당은 아예 합당 이외에는 이도저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 각자의 호오와 역사적인 평가는 뒤로 하고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시대에 남북관계의 새 지평이 열렸고 다시 닫혔다는 사실은 크게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역사의 전개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택한 정책과 태도 또한 역사에서 회자될 것이다.
북한을 길들이겠다든가 아니면 감정적으로 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 아직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들에게 침략을 받았고 전쟁을 치렀으며 근자에는 천안함이나 연평도 같은 온갖 감정적인 내용을 축적했지만 지금 우리는 이 모두를 미래를 위해 활용해야 하는 갈림길에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몇 년과 같이 북한과의 대부분 교류를 단절하고 대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최후의 선택인 것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연말이다.
올 한 해는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업률은 3%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통계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와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과 함께 허위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3% 아래의 실업률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통계와 숫자의 향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신뢰의 인식일 것이다. 2011년 대한민국은 세대 간, 계층 간, 정파 간에 신뢰의 인식을 쌓기보다는 허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제 2011년에 관한 이 모든 상념을 접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 남쪽에는 지금 산다화(동백꽃)가 지고 있다. 늦가을의 쌀쌀함으로 피었다가 겨울의 추위에 지는 산다화, 꽃잎이 검붉게 얼어서 지고 있다. 결국 세월에 묻히는 것이 버리지 못한 우리의 꿈 같다.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지난 한 해는 대한민국의 대부분 국민들에게는 고난의 한 해였을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크게 번지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금융과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효과가 한 해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서민들에게 집중됐다는 것은 자본주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데이터가 나와 봐야 확실한 것을 말할 수 있겠으나 2011년은 대한민국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한 해일 것이다. 대기업, 수출기업에는 대부분 괜찮은 한 해였던 모양이다. 언론에 보도된 연말 상여금 규모가 보통이 아닌 것을 보면 그렇다. 그렇지만 공단의 작은 중소기업 가운데 문 닫는 기업은 얼마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팍팍함이나 억울함은 또 어떤가. 서민이라고 지칭되는 계급이 우리에게는 존재하지만 그들을 위한 정책은 피상적이거나 상투적이고 때로는 립 서비스에 불과한 한 해였다.
2011년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문제가 된 한 해였다. 미국과의 FTA는 우리의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FTA는 근본적으로 양극화를 확대하는 선택이다. 따라서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이나 계층을 위한 보완 정책이 필수적이고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도자들은 정파를 막론하고 정치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여당은 FTA를 관철시켰으니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야당은 아예 합당 이외에는 이도저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 각자의 호오와 역사적인 평가는 뒤로 하고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시대에 남북관계의 새 지평이 열렸고 다시 닫혔다는 사실은 크게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역사의 전개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택한 정책과 태도 또한 역사에서 회자될 것이다.
북한을 길들이겠다든가 아니면 감정적으로 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 아직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들에게 침략을 받았고 전쟁을 치렀으며 근자에는 천안함이나 연평도 같은 온갖 감정적인 내용을 축적했지만 지금 우리는 이 모두를 미래를 위해 활용해야 하는 갈림길에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몇 년과 같이 북한과의 대부분 교류를 단절하고 대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최후의 선택인 것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연말이다.
올 한 해는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업률은 3%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통계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와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과 함께 허위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3% 아래의 실업률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통계와 숫자의 향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신뢰의 인식일 것이다. 2011년 대한민국은 세대 간, 계층 간, 정파 간에 신뢰의 인식을 쌓기보다는 허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제 2011년에 관한 이 모든 상념을 접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 남쪽에는 지금 산다화(동백꽃)가 지고 있다. 늦가을의 쌀쌀함으로 피었다가 겨울의 추위에 지는 산다화, 꽃잎이 검붉게 얼어서 지고 있다. 결국 세월에 묻히는 것이 버리지 못한 우리의 꿈 같다.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