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초연 당시부터 발레로는 별 인기가 없었고 작곡가가 미리 선곡해 놓은 20분짜리 모음곡이 널리 알려졌을 뿐이었다. 1940년에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가 개봉됐을 당시만 해도 “지금은 공연되지 않고 음악만 남아있는 발레”라는 해설이 붙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1954년 러시아 황실 발레 출신의 조지 발란신이 이끄는 뉴욕시티발레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가족 단위의 발레로 재구성하고자 어린 무용수들을 대거 출연시키면서 공전의 빅히트를 기록했다.

모음곡으로 연주되던 시절부터 가장 유명한 곡은 ‘꽃의 왈츠’였다. 왈츠의 왕이라는 요한 슈트라우스라도 울고 갈 굉장한 왈츠인데, 4대의 호른으로 제시되는 주선율 외에도 몇 개의 추가적인 주선율이 짜임새 있게 결합해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을 펼쳐낸다. 지금은 엄동설한에도 꽃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한겨울에 갑자기 꽃동산과 마주친 듯한 감격을 이 곡은 여전히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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