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탈북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남한 사회는 독재자 김정일의 죽음에 조의나 애도를 표명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개 새터민모임 연합인 탈북단체연합은 20일 서울 충정로2가에 위치한 북한민주화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300만명을 아사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짓밟은 김정일을 조문을 하는 것은 역사와 민족에 씻을 수 없는 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도명학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임천룡 자유동포재단 대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순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최청하 숭의동지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어제 사망 소식을 듣고 탈북자 단체 회원 30여명은 긴급비상회의를 갖고 ‘독재자 김정일 추모 반대를 위한 탈북단체 비상 대책회’를 만들었다”며 “2300만명의 인권을 담보로 배를 불린 것도 모자라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를 포격한 김정일에 조의를 표하는 것은 악마에게 조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이어 “21일 경기도 임진각에서 200여명의 탈북자들과 함께 ‘김정일은 북한 땅 전체를 철창없는 감옥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 20만장을 북한에 보내는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단체 대표자들은 북한 현지의 애도 분위기 또한 김일성 사망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고 전했다. 최 국장은 “일부 배급계층은 눈물을 흘릴지 몰라도 현재 북한의 전체적 분위기는 평온한 편”이라며 “장사하던 이들도 모두 문을 닫고 흐느끼며 애도하는 기간을 가졌던 김일성 사망 때와 달리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어제 양강도 지역 북한 주민과 통화하며 ‘남한 텔레비전에서는 북한 전체가 애도하고 있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어떻냐’고 물어보니 ‘북한 노동당에서 조직적으로 각색한 화면을 왜 남조선 사람들이 보고 있냐’고 반문하더라”며 “배급이 가능했던 김일성 시대와 달리 김정일 집권 기간 동안 계속된 경제난에 각종 독재정치 때문에 많은 주민들은 추모에 동조하고 있는 척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불신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김정일 사망 소식에 일부 북한 주민은 ‘끝내 배급준다는 소리는 못하고 가셨네’라며 비꼬기도 했다”며 “북한 주민들은 28살 김정은을 ‘꼬맹이’‘코흘리개’라고 부르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 국장은 “2011년 12월17일은 김정일 사망이 아니라 김정일의 압제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한을 위로하는 날이 돼야할 것”이라며 “이 날을 계기로 짓밟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회복하고,북한 민주화를 앞당기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