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北으로 들어가는 열차마다 조문객 초만원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조중우의교. 20일 중국에서 북으로 넘어가는 화물차량만이 간헐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쪽에서 중국으로 건너오는 차량은 자취를 감췄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훈춘과 북한의 나선을 잇는 도로에 설치된 취안허(圈河)세관에서도 이날 화물차량은 사라졌다.

반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일반인들의 행렬은 꼬리를 물었다.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단둥에서 출발한 베이징~평양 국제열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서둘러 귀국하는 북한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단둥 해관도 문을 열기 전인 오전 8시께부터 귀국하는 북한 관료와 북한사람들이 몰렸다. 이들은 30분 뒤 해관이 업무를 개시하자 앞다퉈 수속을 밟고 승합차 등을 이용해 압록강 철교를 건넜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하루가 지나면서 북·중 접경지대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오는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해 가무와 오락 등을 금지하면서 단둥에 있는 북한 식당들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신의주 관광 상품을 판매해온 단둥의 여행사들은 북한 관광을 중단했다. 매일 아침 단둥에서 신의주로 출발하던 관광열차도 이날부터 운행하지 않았다.

단둥의 대북 무역상들은 애도기간 중 북한의 관공서와 무역업체들의 업무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무역상은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모든 업무가 정지돼 교역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무역상은 “북한 측 파트너로부터 애도기간에 공장가동이 중단될 수 있어 납기일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의 왕래는 아직 별다른 제지를 받고 있지 않다. 실제 이날 빨간 옷을 입은 북한 여성들이 북중우의교를 통해 걸어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훈춘의 한 사업가는 “어제 저녁에 북에서 나온 사람이 오늘 다시 들어갔다”며 “아직은 (통제가) 세지는 않다”고 전했다.

19일 저녁 북한 선양총영사관 단둥지부에서는 김정일 사망추모식이 열렸다. 2300명의 추모객이 몰려 김정일의 사망을 애도했다고 현지 신문이 전했다. 단둥의 한 주민은 “단둥에 거주하는 북한 사람이 3000여명이나 된다”며 “이들 때문에 단둥의 국화꽃이 동이 났다”고 말했다.

많은 북한주민들이 북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단둥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은 여전히 철수를 하지 않고 있다. 아직 본부로부터 명확한 지침을 하달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직원들 역시 대기 중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단둥의 주민들은 국경지역 단속 강화로 관광수입과 북·중 경협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