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쓰는데 휠체어가 움직이네…"뇌파로 운전하는 자동차 4년 내 상용화"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공대(EPFL)의 ‘뇌-기계 접속기술’(BMI) 연구센터. 머리에 전선이 연결된 거죽을 둘러쓰고 휠체어에 앉은 톰 칼슨 박사가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도록 팔을 다리에 올렸다. 이윽고 휠체어 전면에 장착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휠체어가 서서히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며 움직이더니 연구실 문을 나와 7~8m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칼슨 박사의 팔과 다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조종한 것은 그의 뇌파였다. 칼슨 박사는 “머릿속으로 ‘왼쪽으로 움직인다’ ‘오른쪽으로 움직인다’고 상상하면 휠체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뇌에서 운동을 관장하는 부분의 두피에 연결된 센서가 뇌파를 감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잔공대 연구팀은 팔, 다리 마비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른 분야에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일본 닛산자동차와 공동으로 뇌파로 운전을 제어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호세 델 밀란 책임교수는 “운전자가 사각지대에 있는 다른 자동차를 못보고 차선 변경을 하려고 생각하면 자동차의 컴퓨터 시스템이 그 의도를 미리 감지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라며 “4년 내에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BMI는 차세대 유망기술로 꼽힌다.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10대 신기술로 선정했고 같은 해 국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도 ‘향후 10년간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꿀 10대 유망기술’로 지목했다.

세계 각국 연구팀들도 BMI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응용 분야도 다양하다. 미국 벤처기업인 뉴로스카이는 최근 머리에 쓰는 헤드셋과 연결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게임을 선보였다. 싫어하는 사람의 사진이 나왔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면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지난해 영국 영화제작사인 트라이테 랩스는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감상하는 시청자의 뇌파를 분석해 그 반응에 따라 스토리 진행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이 지난해 뇌파 기능성 게임을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에 출품했다. 게임자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모티브로 삼아 뇌파로 마녀를 화덕에 처넣는 게 주요 내용이다.

BMI는 아직 갈길이 멀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뇌파의 평균 진폭과 파장 등이 차이를 보여 제어를 위한 기준점을 찾기 쉽지 않다. 또 뇌파를 이용해 조종할 경우 고도의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정보통신 컨설팅업체인 스트라베이스의 전창의 컨설팅팀장은 “BMI는 향후 심장박동,눈동자 움직임 등과 연계하는 복합기술로 발전할 것”이라며 “당장 상용화는 힘들어도 국가적으로 투자해야할 분야"라고 말했다.

손·발 안쓰는데 휠체어가 움직이네…"뇌파로 운전하는 자동차 4년 내 상용화"
로잔=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