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생기면 '약발' 안먹혀…맞춤형 항암제 개발해야
지금까지 획일적으로 개발해온 항암 치료제를 환자 상태에 맞는 ‘맞춤형’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철희 조선대 의대 내성세포연구센터장은 20일 “암에 걸리면 정해진 처방대로 투약하고 결과만 기다리는데 암세포는 사람마다 다르고 내성도 진화한다”며 “임상 과정에서 항암제 후보물질이 탈락하는 것은 대부분 내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암 내성이란 암세포가 항암제에 무뎌져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표적 항암제인 ‘탁솔’이나 ‘글리벡’ 등도 세포 내성이 생기면 효과가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약발이 먹히더라도 암세포가 차츰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후천적 내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항암제를 사용한 적이 없어도 다양한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갑자기 갖는 ‘다약물 내성(MDR)’이 문제다.

내성이 생기는 원인은 세포막 변형이 대표적이다. 항암제가 암세포 안으로는 들어갔는데, 갑자기 세포막 배출펌프(유전자의 일종)가 항암제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돌발 상황이다. 특히 인체 에너지 대사의 핵심인 아데노신 3인산(ATP) 관련 배출펌프 유전자 48개 가운데 17개가 항암제 내성과 직접 관련 있는 것으로 의료계에 보고됐다. 세포막뿐 아니라 핵막에서 세포질로 항암제를 밀어내는 유전자도 발견됐다.

최 센터장은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낼 수 있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만큼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암제가 특정 환자에게 왜 내성을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면 개인에게 특화한 효능 좋은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암세포 내성 측정은 실제 체내와 같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암세포 조직만을 떼어내 평면적으로 배양해 내성을 테스트하면 정확한 결과가 안 나오게 마련이다. 메타바이오는 암세포 및 연관 생체조직을 콜라겐 성분 스펀지 위에서 3차원으로 배양해 내성을 테스트하는 기법(3D-HDRA)을 개발, 전국 70여개 병원에 보급해 왔다. HRDA는 시료의 상태만 좋다면 검사 성공률이 현존하는 약제 내성 측정법 중 가장 뛰어나다.

메타바이오는 현재 조선대 내성세포센터, 바이오니아 등과 함께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박정구 메타바이오 이사는 “암환자의 혈액이나 조직검사로 특정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로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