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트북 판매 3년 새 5배…'세계 톱5' 노린다
‘환골탈태’.

삼성전자의 PC사업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서 PC사업부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휴대폰 TV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혀가던 다른 완제품들과 강력한 유통망의 지원을 받고도 글로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시선도 싸늘했다.

하지만 요즘은 삼성이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제가 삼성전자 노트북PC를 사고 싶어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라는 등의 반응이 일상화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내년 매출 10조 목표

삼성 노트북 판매 3년 새 5배…'세계 톱5' 노린다
이러한 변화는 몇 년 새 크게 늘어난 노트북PC 판매량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8년 250만대에 불과했던 노트북PC 판매량은 올해 1400만대로 3년 새 5.6배가량 늘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9%에서 6.3%로 껑충 뛰었다. 업종 전체의 성장률이 미미한 분야에서 연평균 78%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매출 증가도 극적이다. 2008년만해도 2조7000억원 정도였던 PC사업 매출은 올해 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내년도 노트북PC 판매 목표는 1900만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글로벌 톱5 업체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5위 업체인 대만 아수스와 6위 업체인 일본 도시바를 뛰어넘겠다는 얘기다. 두 업체는 올해 3분기까지 각각 1370만, 1380만대가량의 노트북PC를 판매했다. 삼성은 내년에 기필코 판매 목표를 달성해 이들을 추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매출목표도 10조원으로 책정했다.

◆개발·생산·유통 모두 바꿨다

삼성전자의 PC 사업이 탈바꿈을 시작한 시기는 2009년 남성우 부사장(당시 전무)이 정보기술(IT)솔루션사업부의 전신인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을 맡으면서였다. 남 부사장은 2003년 경영혁신팀에 합류해 6년간 전사 경영혁신과 관련,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1995년 미국 PC업체 AST사를 인수했다가 핵심인력 유출과 관리 능력 미흡으로 4년 만에 재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때문에 2009년 미국 노트북PC 시장 진출을 결정할 때도 수뇌부가 선뜻 승인을 주저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PC 공포증’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랬던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제품 개발·생산·부품 조달·유통 등의 모든 과정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8년만 해도 중국 쑤저우의 PC 조립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남 부사장은 이 같은 시스템을 한 명 또는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뤄 노트북PC를 조립하는 ‘셀(Cell)’ 방식으로 바꿨다. 셀 방식 생산은 모델별로 유연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립공의 숙련도를 향상시켜 생산성도 제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부품 조달 및 유통망에도 손을 댔다.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크게 달라진 것은 디자인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성을 중시하는 디자인이 소재와 부품 선택, 설계 등에 모두 영향을 미치면서 제품력 전체가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도 2009년부터다. 2009년에는 고급형 넷북을 주력으로 유럽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1년만에 매출을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중남미 시장은 기업용(B2B) 수요를 공략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향후 가파른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시리즈9’ ‘크롬북’ ‘슬레이트PC’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슬레이트PC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 개발자용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동안 글로벌 PC업체들의 기세에 눌려 절치부심했던 삼성 PC사업은 이제 세계시장을 향해 본격적인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