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발전에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고 한국 야구의 질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8)가 20일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기부 입단이라는 파격을 보이며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호는 이날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한화와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상 최저 연봉인 1년간 2400만원에 입단 계약을 맺고 입단 환영식에 참석했다.

정승진 한화 이글스 사장이 등번호 61번이 적힌 한화 유니폼을 전달했고, 한대화 감독은 모자를 전했다. 노재덕 단장과 주장 한상훈, 투수 대표 박정진, 타자 대표 김태균이 차례로 꽃다발을 전달하며 코리안 특급의 국내 무대 복귀를 환영했다.

한화는 박찬호에게 주려고 계획했던 연봉 4억원과 옵션 2억원을 포함한 최대 6억원을 아마추어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박찬호는 전날 한화 구단과의 첫 만남에서 연봉 등 계약조건과 관련한 모든 결정을 구단 측에 위임하고, 2400만원을 포함해 자신이 받을 연봉 및 옵션 전액을 유소년과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도록 했다.

박찬호는 이날 “언젠가 한국에서 뛰어보고 싶었다. 오늘은 소망이 이뤄진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지금 내놓은 금액은 작은 씨앗이다. 한화 구단에서 그 씨앗을 큰 나무로 만들어주고 열매 맺게 해주길 바란다. 구단과 함께 한국야구, 유소년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계획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과의 대결에 대해선 “이승엽이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인 선수여서 기대도 크고 흥미롭다. 의식을 많이 하고 있다. (이승엽에게) 홈런 칠바에 안타 쳐달라고 부탁했고, 아니면 볼넷으로 내보내겠다고 농담도 했다”며 흥미로운 대결을 예고했다.

한국야구 사상 기부에 초점을 맞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선수는 박찬호가 처음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