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온'으로 역전 드라마 연출하라…프로대회 '짧은 파4홀'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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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폴터, 233m 1온 이글…호주마스터스 역전 우승
2타차 나도 한방에 역전…'이벤트홀' 만들어 재미 더해
2타차 나도 한방에 역전…'이벤트홀' 만들어 재미 더해
한동안 프로대회의 골프코스는 길어지는 추세였다. 파5홀은 600야드를 넘은 지 오래됐고 파4홀도 500야드를 넘기고 있다. 파3홀도 250야드를 넘기 일쑤다.
올해 미국 PGA챔피언십이 열린 애틀랜타애슬레틱코스는 파70 코스로는 메이저대회 사상 최장인 7467야드로 조성됐다. 2006년 리스 존스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해 파3홀 3개가 200야드 이상이었고, 18번홀은 파4홀에도 500야드가 넘었다.
필 미켈슨은 이 코스에 대해 “현대의 코스 설계가 어떻게 일반인들의 스포츠 참가를 죽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올해 새로운 코스 셋업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이버나 우드로 ‘1온’할 수 있는 짧은 파4홀이 등장했다. 특히 프로대회에서 이 홀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드라마틱한 승부’를 이끌어냈다.
지난 18일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GC(파71)에서 막을 내린 호주마스터스에서는 1번홀의 233m짜리 짧은 파4홀이 승부처가 됐다. 최종일 2타차로 추격하던 이안 폴터(영국)는 1번홀에서 5번 우드로 티샷을 해 홀 5m 지점에 떨구며 이글을 낚았다. 반면 선두였던 제프 오길비(호주)의 3번 아이언 티샷은 그린에 오르지 못했고 어프로치샷마저 홀을 2m 지나치며 파에 그쳤다. 순식간에 동타가 됐고 결국 폴터가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9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파72)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도 ‘쇼트 파4홀’이 화제를 모았다. 오션코스 15번홀(파4)의 공식 거리는 323야드이지만 최종일 티가 앞당겨지면서 실제 거리는 265야드가 됐다.
1타차로 청야니(대만)를 추격하던 최나연(24)은 드라이버로 ‘1온’을 시도해 승부를 걸었으나 그린 왼쪽 러프에 멈췄다. 최나연의 샷을 참고한 청야니는 보란듯이 드라이버샷을 그린에 떨구며 3m 이글 찬스를 만들었다.
최나연의 두 번째 어프로치샷은 홀을 3.5m가량 지나쳤고 버디 퍼팅마저 홀을 외면해 파에 그쳤다. 청야니는 이글 퍼팅이 홀을 살짝 지나쳤으나 버디에 성공하며 최나연과의 격차를 2타차로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청야니의 ‘1온 버디’를 접한 최나연은 이후 기가 꺾이며 더 이상 추격의 고삐를 죄지 못했다.
미국 PGA투어 프라이스닷컴에서도 ‘파4홀 1온’이 관심을 끌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 마르틴의 코드벌GC(파71) 17번홀(파4)은 원래 358야드인데 티가 앞당겨져 284야드로 셋업됐다. 이 홀에서 브리니 베어드(39·미국)는 사흘째 ‘1온’에 성공해 3m 이글을 낚은 데 이어 마지막날에는 그린 앞 에지에서 ‘칩 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브라이스 몰더(33·미국)와 연장 6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연장전에서도 17번홀은 선수들의 ‘1온’ 시도로 골프의 묘미를 배가시켰다.
국내에서도 ‘1온’이 가능한 파4홀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컵 주최 측은 내년에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GC 17번홀의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빼 250~260야드 안팎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과감한 샷으로 이글을 잡아 막판 역전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코스가 길어지면서 가장 큰 피해는 드라이버샷 거리가 짧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받고 있다. 그린을 공략하는 클럽으로 페어웨이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이 당연시돼 버렸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20~230야드 정도인 아마추어들도 ‘1온’이 가능한 극적인 ‘이글홀’을 조성하면 어떨까.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올해 미국 PGA챔피언십이 열린 애틀랜타애슬레틱코스는 파70 코스로는 메이저대회 사상 최장인 7467야드로 조성됐다. 2006년 리스 존스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해 파3홀 3개가 200야드 이상이었고, 18번홀은 파4홀에도 500야드가 넘었다.
필 미켈슨은 이 코스에 대해 “현대의 코스 설계가 어떻게 일반인들의 스포츠 참가를 죽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올해 새로운 코스 셋업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이버나 우드로 ‘1온’할 수 있는 짧은 파4홀이 등장했다. 특히 프로대회에서 이 홀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드라마틱한 승부’를 이끌어냈다.
지난 18일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GC(파71)에서 막을 내린 호주마스터스에서는 1번홀의 233m짜리 짧은 파4홀이 승부처가 됐다. 최종일 2타차로 추격하던 이안 폴터(영국)는 1번홀에서 5번 우드로 티샷을 해 홀 5m 지점에 떨구며 이글을 낚았다. 반면 선두였던 제프 오길비(호주)의 3번 아이언 티샷은 그린에 오르지 못했고 어프로치샷마저 홀을 2m 지나치며 파에 그쳤다. 순식간에 동타가 됐고 결국 폴터가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9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파72)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도 ‘쇼트 파4홀’이 화제를 모았다. 오션코스 15번홀(파4)의 공식 거리는 323야드이지만 최종일 티가 앞당겨지면서 실제 거리는 265야드가 됐다.
1타차로 청야니(대만)를 추격하던 최나연(24)은 드라이버로 ‘1온’을 시도해 승부를 걸었으나 그린 왼쪽 러프에 멈췄다. 최나연의 샷을 참고한 청야니는 보란듯이 드라이버샷을 그린에 떨구며 3m 이글 찬스를 만들었다.
최나연의 두 번째 어프로치샷은 홀을 3.5m가량 지나쳤고 버디 퍼팅마저 홀을 외면해 파에 그쳤다. 청야니는 이글 퍼팅이 홀을 살짝 지나쳤으나 버디에 성공하며 최나연과의 격차를 2타차로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청야니의 ‘1온 버디’를 접한 최나연은 이후 기가 꺾이며 더 이상 추격의 고삐를 죄지 못했다.
미국 PGA투어 프라이스닷컴에서도 ‘파4홀 1온’이 관심을 끌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 마르틴의 코드벌GC(파71) 17번홀(파4)은 원래 358야드인데 티가 앞당겨져 284야드로 셋업됐다. 이 홀에서 브리니 베어드(39·미국)는 사흘째 ‘1온’에 성공해 3m 이글을 낚은 데 이어 마지막날에는 그린 앞 에지에서 ‘칩 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브라이스 몰더(33·미국)와 연장 6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연장전에서도 17번홀은 선수들의 ‘1온’ 시도로 골프의 묘미를 배가시켰다.
국내에서도 ‘1온’이 가능한 파4홀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컵 주최 측은 내년에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GC 17번홀의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빼 250~260야드 안팎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과감한 샷으로 이글을 잡아 막판 역전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코스가 길어지면서 가장 큰 피해는 드라이버샷 거리가 짧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받고 있다. 그린을 공략하는 클럽으로 페어웨이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이 당연시돼 버렸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20~230야드 정도인 아마추어들도 ‘1온’이 가능한 극적인 ‘이글홀’을 조성하면 어떨까.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