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교육망국 신호탄"
“당장 헌법소원 내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리세요.”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54)은 옆에 있던 김동석 대변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난 19일 서울 시청 인근 음식점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이었다. 간접체벌 금지, 두발·복장 자율화, 학내집회 허용 등을 담은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됐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안 회장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교권 추락이 불보듯 뻔하다”며 “교육문제가 정치논리로 결정됐다”며 혀를 찼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출신인 안 회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스포츠교육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교대 체육학과 교수와 학생처장, 전국교대교수협의 회장을 지냈다. 작년 6월 18만여명의 회원이 소속된 한국교총 34대 회장에 뽑혔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망국 신호탄”

안 회장은 흥분해 있었다. 그는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진보교육감들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교묘하게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학칙에 담아야할 내용을 시 조례로 정해 학교의 자율성을 훼손했다”며 “소수의 급진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를 주도하면 다수의 학생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무상급식과 똑같은 교육 포퓰리즘”이라며 “대한민국이 교육입국에서 교육망국으로 가는 신호탄인 것 같아 암울하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보다 입시 개혁해야”

정부의 중·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방침에 대해서는 “대학입시가 공교육이라는 하부구조를 통제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입시는 내신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 등도 중요하다”며 “입시제도를 고치지 않은 채 고교내신 평가만 바꾸는 부분적인 접근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등교육과 초·중고가 연결되는 접점인 대입의 병폐를 고치야 고교에서 유치원까지 하부구조가 모두 바뀐다는 논리다. 안 회장은 “아픈 부위만 치료하는 양의식 처방이 아니라 환자를 종합적으로 보고 병의 근원을 치유하는 한의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초·중등교육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정책협상을 벌이는 등 대입정책에 적극 개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교총 회원 중 대학 교원이 2만50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8000여명으로 줄었다. 안 회장은 “교총 안에 학생 및 입학처장협의회와 교수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대학교육대표자연대(가칭)를 설치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전문계 중학교 만들어야”

안 회장은 현행 고교 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어설프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하며 본래 목적을 상실한 특수목적고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어고가 외국어특기자를 길러 외교관 등을 배출해야 하는 데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학교에서 고교에 올라갈 때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고학력 룸펜(실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며 “전문계 고교가 아니라 전문계 중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처럼 중·고교를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되고 특성화고를 좀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교육 활성화 내년 역점 사업”

한국교총은 내년부터 교사 경제교육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신문과 학교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교총과 한경은 교원대상 경제 교육과 학습자료 공동 개발 등의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교총이 언론사와 MOU를 맺은 것은 처음이다.

안 회장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연수와 재교육을 통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며 “경제 담당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경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호/강현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