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구도가 김정은으로 굳어져 가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 언론 매체들이 그를 계승자, 영도자로 호칭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김정은 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미국 역시 안정적인 정권전환을 희망했다. 우리 정부도 일단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합당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20대 김정은의 통치 체제가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숙청이든 집단반발이든 원로세력과의 권력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그 결말에 따라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정일 3년상이 끝날 때까지 북한 내부가 안정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 정부는 보다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래야 돌발변수가 터져도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역시 북한의 민주화다. 북한 통치권력이 어떻게 결론 나든 독재는 정치 불안을 내재화할 수밖에 없다. 민주화는 이미 보편적 가치다. 북한은 3대째 권력세습을 하려는 왕조국가다. 현실적 필요에 따라 현 체제를 인정하는 것과 독재를 용인하는 것은 다르다.

북한의 개방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 같은 체제로는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확실해졌다. 2009년 11월 단행했던 화폐개혁 실패가 생생한 증거다. 100 대 1의 무모한 화폐개혁으로 물가는 100배나 치솟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지고 말았다. 북한의 경제문제는 이제 개방과 시장제도 도입을 통해 풀 수밖에 없다. 중국의 성공 스토리를 북한도 잘 알 것이다.

정부가 북한을 지원할 일도 분명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대북 지원은 퍼주기 식이 아니라 시장경제를 촉진하고 민족통일로 가는 레버리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자립을 돕는 지원이라야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통일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통일항아리를 만들자고 했지만, 이 제안도 2030년 통일을 가정해 총액 55조원을 조성하자는 정도다. 이런 일들이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될 때라야 성립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비핵화 없이는 어떤 대화와 지원도 무의미하다. 이 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어떤 대북 협상도 벼랑끝 전술의 시험대에 들 뿐이다. 6자회담과 4강외교가 비핵화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장차의 통일 과정에서 주변국의 협력도 받을 수 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정책이다. 북한문제는 단 한번도 변칙을 써서 풀렸던 적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