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이후 중국의 동선(動線)이 관심거리다. 중국 당국은 북한에 보낸 조전에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적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는 중국이다. 후진타오 주석도 세계 지도자로선 맨 먼저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고 한다. 중국은 유사시 북한에 인민해방군을 파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고 일본의 닛케이가 전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향후 대북관계에서 발언권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아예 중국의 변방 비슷하게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걱정스런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이미 북한 경제는 중국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석유나 생필품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한다. 중국의 인민화폐는 암시장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현상유지적 개입은 그 자체로 북한 독재체제를 정당화하고 북한 인민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밀어넣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마땅하다. 중국의 편협한 안보관으로 북한 인민을 독재의 인질로 삼는 것은 그 어떤 보편적 가치로도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 당시에도 중국은 오로지 현상유지적 입장을 우선시해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도 브레이크를 건 적이 우리가 알기로는 없다.

물론 미국 일본과의 대립구도라는 중국 측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과 같이 ‘독재라도 좋고 북한 인민이 굶어죽어도 좋다, 북한은 중국의 방패막이일 뿐’이라는 식의 전략도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것이 중국의 국가적 가치라고 한다면 세계인은 중국에 크게 실망하게 된다. 중국은 G2라고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도 이미 세계적 대국이 됐다.

스스도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로부터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외교전략의 변화를 분명히 한 중국이다. 지금이라도 동북아의 골목대장 노릇이 아니라 보편 가치에 기반한 국가 노선으로 진입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국이 주변국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동북아 평화의 가능성도 비로소 열리게 된다. 중국의 성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