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강좌로 고객 사로잡은 증권사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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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진 신영證 압구정·청담지점장, 1년 반동안 108회…흑자지점 키워
“운명의 힘 앞에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중 유일하게 사람 이름이 아닌 ‘운명의 힘’이 제목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슬픈 선율에 눈물 흘리셔도 책임 못 집니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권형진 신영증권 압구정·청담지점장(40)은 송년 오페라 콘서트에 참석한 50여명의 VIP고객들에게 곡 내용을 설명했다. 고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 소프라노로 향했고 이어 아리아 ‘파체 파체 미오 디오(pace pace mio dio·신이여 저에게 평화를 주소서)’가 시작됐다.
1년 반 동안 108회 열린 권 지점장의 오페라 강좌가 올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였다. 권 지점장은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 프라이빗 뱅킹(PB) 지점장보다 문화 해설사에 가까워 보였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신영증권 청담지점장으로 부임한 그는 7월부터 오페라 강좌를 시작했다. 이후 청담지점은 1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서울 강남권에 있는 증권사 지점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하다. 권 지점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10월부터 압구정 지점장도 겸직하게 됐다.
비결은 오페라 강좌였다. 강연 초기 지점 인근 아파트 우편함에 안내장을 일일이 넣으며 시작한 홍보가 입소문을 타 올 가을학기 강좌에는 25명 정원에 80여명이 신청했다. 미술관 관장, 전 검찰총장, 현직 장관의 아내 등 일반적인 영업으로는 만나기 힘든 VIP들이 이름을 올렸다. 권 지점장은 “자산관리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인 만큼 강좌에 오시면 상품 하나라도 가입했다”며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위탁한 자산을 이쪽에 맡기면서 지점 이익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권 지점장이 오페라 강좌를 고민한 것은 2004년 개인적으로 오페라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다. 오페라 동호회를 찾아다니는 한편, 400여편의 오페라 공연 영상을 수집했다. “지점에서 일하며 고객이 먼저 지점을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며 “여유가 있을수록 교양을 쌓으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오페라 동호회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신영증권에서 최초로 진행된 지점장 사내 공모에서 권 지점장은 “오페라 강좌를 통해 고객들을 모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지점장에 ‘당선’됐다. 청담지점 회의실에서 시작한 오페라 강좌가 인기를 끌면서 오는 29일에는 압구정지점에 최고급 음향시설이 완비된 전용 감상실이 문을 열 예정이다. 내년 오페라 강좌 계획도 나왔다. 2013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베르디와 바그너가 주제다.
권 지점장은 “자산관리자는 고객의 평생 동반자라는 말을 흔히 하지만 단순히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그 같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며 “오페라를 매개로 고객과 함께 호흡하며 언제든 찾아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가족’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지난 15일 저녁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권형진 신영증권 압구정·청담지점장(40)은 송년 오페라 콘서트에 참석한 50여명의 VIP고객들에게 곡 내용을 설명했다. 고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 소프라노로 향했고 이어 아리아 ‘파체 파체 미오 디오(pace pace mio dio·신이여 저에게 평화를 주소서)’가 시작됐다.
1년 반 동안 108회 열린 권 지점장의 오페라 강좌가 올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였다. 권 지점장은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 프라이빗 뱅킹(PB) 지점장보다 문화 해설사에 가까워 보였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신영증권 청담지점장으로 부임한 그는 7월부터 오페라 강좌를 시작했다. 이후 청담지점은 1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서울 강남권에 있는 증권사 지점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하다. 권 지점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10월부터 압구정 지점장도 겸직하게 됐다.
비결은 오페라 강좌였다. 강연 초기 지점 인근 아파트 우편함에 안내장을 일일이 넣으며 시작한 홍보가 입소문을 타 올 가을학기 강좌에는 25명 정원에 80여명이 신청했다. 미술관 관장, 전 검찰총장, 현직 장관의 아내 등 일반적인 영업으로는 만나기 힘든 VIP들이 이름을 올렸다. 권 지점장은 “자산관리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인 만큼 강좌에 오시면 상품 하나라도 가입했다”며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위탁한 자산을 이쪽에 맡기면서 지점 이익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권 지점장이 오페라 강좌를 고민한 것은 2004년 개인적으로 오페라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다. 오페라 동호회를 찾아다니는 한편, 400여편의 오페라 공연 영상을 수집했다. “지점에서 일하며 고객이 먼저 지점을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며 “여유가 있을수록 교양을 쌓으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오페라 동호회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신영증권에서 최초로 진행된 지점장 사내 공모에서 권 지점장은 “오페라 강좌를 통해 고객들을 모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지점장에 ‘당선’됐다. 청담지점 회의실에서 시작한 오페라 강좌가 인기를 끌면서 오는 29일에는 압구정지점에 최고급 음향시설이 완비된 전용 감상실이 문을 열 예정이다. 내년 오페라 강좌 계획도 나왔다. 2013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베르디와 바그너가 주제다.
권 지점장은 “자산관리자는 고객의 평생 동반자라는 말을 흔히 하지만 단순히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그 같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며 “오페라를 매개로 고객과 함께 호흡하며 언제든 찾아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가족’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