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예정된 송년회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상윤 동양증권 선임연구원은 상보 임원으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듣고 내년 주가가 승천할 ‘다크 드래곤’주로 이 종목을 꼽는 데 확신을 가졌다. 35년 업력의 상보는 국내 최고 수준의 광학 패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주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 회사만은 밀려드는 일감에 3주 2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3년 만에 매출 2배 이상 성장

광학필름 '훨훨'…내년 영업익 60% 늘듯
상보의 올해 영업이익은 최소 120억원(전년 대비 97% 증가), 내년은 올해보다 67% 급증한 2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신복합 광학시트와 고부가가치인 탄소나노튜브(CNT) 투명전도성 필름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9년 1000억원 정도였던 매출도 올해 1800억원, 내년에는 2300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보가 개발한 신복합 광학시트는 기존의 프리즘시트와 보호시트를 한 장으로 합친 신개념 복합 필름이다. 2008년 개발을 완료해 2009년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지난해 700억원, 올해 11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글로벌 표준화 제품으로 자리매김해 LG전자 3D TV에 적용되는 등 업계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상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의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해는 LG디스플레이 비중이 55%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자리를 일본 샤프와 대만 AUO가 대신해 이들 비중이 각각 20% 수준으로 올라왔다. 경쟁사인 세계 최대 전자업체에서도 주문 요청이 들어올 정도다. 이는 고객 다변화에 실패한 여타 디스플레이 부품업체들이 실적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PER은 업종 평균의 절반

상보는 2008년 10월 한국전기연구원(KERI)으로부터 CNT 투명전도성 필름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CNT 필름은 기존 터치패널에 사용되는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을 대체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플렉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조에도 필수적이어서 상보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상보 측은 CNT 필름 관련 매출이 내년 200억원에서 2015년 2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월 20만대 수준의 준양산 설비를 구축했으며 본격 양산을 위해 김포에 1만5000㎡의 부지를 확보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CNT 필름에 그래핀 기술을 접목시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 주가는 경쟁업체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내년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5.8배 수준이다. 글로벌 선두업체인 3M(13.1배)과의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기업인 신화인터텍(12.7%) 미래나노텍(8.1배) 엘엠에스(8.2배)보다 턱없이 낮다. 그간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키코 부문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은 이미 회계 손실 처리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영업 외적으로 더 이상 주가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다”며 “내년 사상 최대 실적과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기술 등을 발판으로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