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대 슈퍼 바이크  "우리도 잘 나가요"
지난 6월 국내에 출시된 3700만원짜리 BMW 모터사이클 ‘K1600GTL’은 5개월 만에 108대가 팔렸다. 이탈리아 최고급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의 ‘디아벨’과 ‘멀티스트라다 1200’도 최고 사양이 3600만원임에도 올해 65대가 팔려 나갔다.

수입 자동차 바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천만원대 수입 모터사이클 판매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모터사이클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BMW, 두카티, 할리데이비슨 3개 브랜드의 모터사이클 판매량은 165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27% 증가했다. BMW는 지난해 590대가 팔린 데 이어 올해는 800대를 넘어섰다. 두카티는 지난달까지 150여대를 팔아 이미 전년도 판매량을 넘어섰다. 할리데이비슨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BMW코리아의 모터사이클 부문을 담당하는 BMW모터라드 관계자는 “올해 출시한 최고가 모델 K1600GTL과 ‘뉴 R1200R’ 등 2000만~3000만원대 고가 모델이 겨울철 비수기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감안해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870여대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터사이클 업계는 수입차 수요가 고가 모터사이클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타타대우, 콘티넨탈 등 자동차업계 CEO들은 모두 모터사이클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 관계자는 “주요 고객은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는 경제력을 갖춘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라며 “스타일을 중시하고 스피드를 즐기는 고객들이 여가를 즐기거나 취미활동으로 고급 모터사이클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권우형 두카티코리아 차장은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해외 모터사이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덩달아 높아졌다”며 “과거에는 마니아층만 타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는데 요즘은 일반인들도 슈퍼 바이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유럽 모터사이클 업체가 잇달아 최신 모델을 내놓고 한·EU자유무역협정(FTA) 효과로 가격을 인하한 것도 판매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에서 전 모델을 수입하는 두카티코리아는 지난 5월 이후 두 달 동안 5개 모델을 출시하고 10월부터는 모델별로 최저 9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독일에서 제작한 모델을 수입하는 BMW모터라드도 올해 2개 차종을 내놓고 4.2~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