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北리스크' 남북관계 회복 기회로
유로존 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세계경제를 억누르는 가운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더블 리스크를 안게 됐다. 특히 김 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에 충격과 동시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때다.

북한처럼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국가에서 절대권력자의 사망은 권력공백과 새로운 권력탄생이라는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다. 김일성 사망 때는 권력승계자의 기반이 확실하게 다져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못한 가운데 절대권력의 공백이 발생함으로써 안정적인 권력구축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재편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내부결속 강화나 불만억제를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유비무환의 자세로 안보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 등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더욱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새롭게 탄생하게 될 북한의 권력이 개혁 개방의 기로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과거 중국의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 과도기를 거쳐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으로 갔듯이 북한도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의 행군을 벗어나기 위해 개혁 개방으로 갈 수 있다.

반면에 불안해진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욱 폐쇄적으로 가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럴 때 북한의 보다 개혁적이고 개방적인 권력탄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는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긴밀한 한·중 협력채널을 가동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개혁적이고 개방적인 권력탄생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긴요하다는 인식을 한·중이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권력재편과정은 한반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문제와 일련의 대남도발로 남북경제협력 관계는 소원해지는 반면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의 총교역액 중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73%에 달한다. 북한경제의 대 중국 예속이 더 심화되기 전에 남북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남 ‘울렁증’을 고려해 동북아개발은행과 같은 다자간 국제기구 설립을 통한 지원도 검토해볼 만하다.

미·중·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우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만에 하나 저지를지도 모를 북한의 불장난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도 중요하다. 북한리스크로 인한 과도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기가 하강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발생한 북한리스크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거나 투자가 얼어붙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글로벌 재정위기와 북한리스크가 겹치면서 악화될 수도 있는 외화유동성 경색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에 달하고 긴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도 약 1200억달러 상당 확보돼 있어 당장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나 역외환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조기경보체제와 비상대책계획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조문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것처럼 북한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다가오는 선거철을 앞두고 국론분열이 심해질 경우 예상 밖의 국가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오정근 < 고려대 교수·경제학 / 국제금융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