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삼척 新원전 후보지 선정…"원전 외엔 대안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21기인 원전 수를 두 배 수준인 40기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어 후보지인 영덕 삼척에서 불거질 유치 반대 여론을 어떻게 넘을지 주목된다. 정권 말에 국회의원 총선거 및 대통령선거 정국과 맞물리면서 신규 원전 부지 문제가 첨예한 정치 이슈로 비화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민 수용 여부가 선정 기준

향후 부지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지역 민심이다. 이번 8기 원전의 부지 선정은 1972년 고리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40년을 맞은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이 지역 찬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지선정위원회도 후보지 평가 기준에서 주민 수용 가능성 점수를 30점으로 가장 높게 잡았다. 부지 적합성이나 환경적 요소 등은 영덕 삼척 울진 등 세 곳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주민 수용성 점수가 부지 선정에 결정적인 평가 요소가 됐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들 지역에서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삼척핵백투위)는 23일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 선정과 관련,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영덕은 삼척에 비해 반대 여론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소한 점수 차로 탈락한 울진에선 일부 주민이 한수원의 평가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 발목 잡히나

내년 총선 대선 정국을 앞둔 정치권에선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정치 이슈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이날 “원전을 확대하는 첫 조치인 만큼 단호하고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해당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민과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원전 정책은 현 정부에서 결정지을 일이 아니다”며 “내년 대통령선거 과정을 통해 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책임지고 끌어나갈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현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이 없고,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전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는 26일 신규 원전 부지 선정에 반대하는 1000인 선언을 취합, 서울 광화문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원전 외에 현실적 대안 없어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원전 정책을 재검토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34년간 중단했던 원전 신규 건설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50기 원전 건설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스위스 정도만 빼면 나머지 주요국들은 원전 확대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실적인 대안 없이 경제성이 가장 뛰어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화석연료 소비를 높여 에너지 가격 급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급증하는 전력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발전용량 확대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며 “해외에서 유연탄 석유 등 발전 연료를 100% 수입하는 우리 에너지 환경을 고려할 때 원전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